[무비스트= 박꽃 기자]
이번 내한 기자회견은 아시아 최초인 동시에 <블랙팬서>의 첫 번째 해외 투어다. 지난 9일(금) 국내에서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언론 시사를 진행하기도 한 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블랙팬서>팀의 뜨거운 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블랙팬서>는 희귀금속 비브라늄으로 세계 최고의 첨단 과학 기술을 확보한 아프리카의 왕국 와칸다가 그간 숨겨왔던 자신들의 정체를 세상에 드러내는 과정을 그린다. 와칸다의 왕위를 계승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는 왕좌를 노리는 숙적 ‘에릭 킬몽거’(마이클 B.조던)에 맞서 싸우며 히어로 ‘블랙팬서’로 활약한다.
‘티찰라’의 예전 연인이자 와칸다 왕국 여성 호위대 일원인 ‘나키아’역은 <노예 12년>(2014)의 루피타 뇽이 맡았다. <겟 아웃>(2017)의 다니엘 칼루야는 속내를 가늠할 수 없는 ‘와카비’역으로 분한다. 비브라늄을 활용해 ‘블랙팬서’ 수트를 완성해내는 왕국의 공주 ‘슈리’역은 레티티아 라이트, 충성심 높은 전사 ‘오코예’역은 다나이 구리라가 맡았다. 마틴 프리먼은 CIA 부국장으로 출연한다.
<블랙팬서>는 지난 2017년 3월 부산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국내 언론 시사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광안대교, 자갈치시장 등 부산의 상징격인 풍경이 다수 노출된다. 미국 애틀랜타 촬영지에 부산 랜드마크 일부를 재현한 대규모 세트를 제작해 부산 촬영 분량을 마쳤다는 후문이다. 서울에서 촬영했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 이은 두 번째 한국 촬영이다.
‘시빌 워’ 이후를 배경으로 하는 <블랙팬서>는 이번 작품 이후 히어로 ‘블랙팬서’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합류를 예고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오는 4월 국내 개봉 예정이다.
<블랙팬서>는 2월 14일(수) 개봉한다. 북미 개봉보다 이틀 빠르다.
아래는 기자회견 전문.
Q. 이른바 ‘마블의 가장 혁신적인 히어로’로 평가받는 <블랙팬서>를 선보이기 일보 직전이다. 감독으로서, 배우로서 각자 역할을 맡게 된 당시를 회상해본다면.
A. 라이언 쿠글러(이하 ‘라이언’): <블랙팬서>에 참여한 건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내가 속한 문화를 어릴 때부터 좋아한 슈퍼히어로 영화에 녹여낼 수 있었다. 감독을 맡게 됐다는 소식을 알게 된 고향에 있을 때였다. 때마침 아내와 함께 <블랙팬서> 만화를 판매하는 가게에 들러 만화책 두 권을 샀을 때라 너무나 기뻤다.
A. 채드윅 보스만(이하 ‘채드윅’): 마블에게 ‘티찰라’역을 맡아달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나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 중이었다. 워낙 비밀을 중요시하는 마블답게 ‘블랙팬서’라는 역할이라는 건 말하지 않고 그저 “너에게 역할을 주고 싶은데 함께 하지 않을래?”라고 묻더라. 물론 당연히 나는 무슨 역할일지 알고 있었다.(웃음) 대개 작품 합류를 결정할 때는 그 내용이 무엇이고, 역할은 어떠하고, 함께할 배우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참여하겠다고 했다. <블랙팬서>는 전 세계 관객에게 전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고 본다.
Q. 아이언맨, 헐크 등 다수의 마블 히어로가 솔로 무비를 통해 이미 관객을 만났다. 새로운 히어로물로서 <블랙팬서>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A. 채드윅: 여러 가지로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영화 속에 나오는 와칸다는 아프리카에 위치한 고립된 나라인 동시에, 최첨단 기술 보유국이다. 이런 설정 자체가 놀랍다고 본다. 영화에서 아프리카의 문화를 충분히 녹여냈다는 점도 영화를 혁명적으로 만들었다. 주인공 ‘티찰라’ 는 한 나라의 지도자인 동시에 슈퍼히어로인 만큼, 아주 훌륭한 ‘블랙팬서’ 수트를 입고 여러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외부에 공개돼 있지 않은 자신들을 이제는 드러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Q. 마이클 B.조던은 섹시한 악역 ‘에릭 킬몽거’를 연기했다. 루피타 뇽은 강인한 의지를 가진 여성 전사 ‘나키아’를 소화했다. 자신들의 배역을 소개한다면.
A. 마이클 B.조던(이하 ‘마이클’): (부끄럽게 웃으며) “감사합니다”. ‘에릭 킬몽거’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한 인물이다. 소중한 것을 빼앗기고 힘들게 성장한 경험이 그의 행동을 결정짓는다. 그가 원하는 건 ‘티찰라’가 인간으로 자신을 이해해주는 것 아닐까 한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당신이 말한) ‘섹시 빌런’이라는 특성이 부산물로 생겨난 게 아닐까 싶다.
A. 루피타 뇽(이하 ‘루피타’): ‘나키아’는 ‘워독’이라고도 불린다. 와칸다의 비밀요원으로 외부 세계의 정보를 취합해 내부에 전달한다. 강인하고도 독창적인 캐릭터다. 스파이로서 주변의 관심을 끌지 않고 상당히 조용히 행동하면서도 결국 큰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티찰라’와도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흔히 우리가 아는 연애 관계라기 보다는 그의 귀가 되어주고, 그가 곤경에 놓였을 때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다.
Q. 와칸다를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왕이 통치하는 왕정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
A. 라이언: <블랙팬서>에서 주로 다루려던 건 아버지 세대에서 아들 ‘티찰라’세대로 넘어오는 과정이다. 왕이 된 그가 와칸다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고민한다. 전처럼 고립된 상태로 둘 것인지, 아니면 세계로 자신들을 드러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까지 다뤘으면 좋겠다는 의견 역시 있었지만 워낙 큰 주제이기 때문에 이번 편에서는 미처 다 담지 못했다. 다만 통치 형태가 왕정일 뿐, 영화에서도 민주적인 요소가 등장하는 신은 다수다. 왕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주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Q. 한국 및 아시아 관객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해달라.
A. 라이언: 다른 이들보다 하루 먼저 입국했다. 아내와 함께 고궁을 방문했고 삼계탕도 먹었다. 우리 영화가 담아낸 아프리카 문화와 미국 문화에 큰 관심을 두고 봐준 것 같아 기쁘다. 한국 스태프에게 전해 받은 선물은 꼭 집에 전시해 놓겠다.(웃음)
A. 채드윅: 공항에서부터 큰 환대를 받았다. 오늘도 적극적으로 질문해줘서 정말 고맙다. <블랙팬서>에는 당신들이 토론한 것처럼 많은 이야깃거리가 등장한다. 관객 역시 단순히 팝콘을 먹으며 즐기는 수준을 넘어 이 영화가 과연 어떤 의미인지 말해볼 만한 거리가 있을 것이다.
A. 마이클: 질문을 들어보니 영화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준비한 것 같다. 특히 뒤에 앉은통역사가 들려주는 한국어가 상당히 아름답게 들린다. 너무 큰 환대를 받아서 열 다섯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도 피곤함이 씻은 듯 사라진 느낌이다. 고맙다.
A. 루피타: “블랙팬서 보러오세요”(웃음).
● 한마디
미리 영화를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블랙팬서’… 여러모로 상당히 섹시합니다
2018년 2월 5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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