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김수진 기자]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가족과 동료들을 무참히 잃게 된 유인원의 리더 ‘시저’와 인류의 존속을 위해 인간성마저 버려야 한다는 인간 대령의 대립, 그리고 퇴화하는 인간과 진화한 유인원 사이에서 벌어진 종의 운명을 결정할 전쟁의 최후를 그린다.
임창의 라이트닝 기술 감독은 2009년에 웨타 디지털에 입사, <혹성탈출> 3부작, <아바타>(2009), <어벤져스>(2012) 등에 참여한 한국인 감독이다. 앤더스 랭글렌즈 시각효과 감독은 <마션>(2015)으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1부>(2010),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2011) 등을 작업한 베테랑 감독으로 <혹성탈출> 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이다.
앤더스 랭글랜즈 감독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주요 제작기술을 소개했다. 그는 “인간과 유인원의 표정이 최대한 비슷하게 보이도록 노력했다”며 “이번이 <혹성탈출> 세 번째 시리즈이지만 사용된 기술은 이전과 비슷하다. 다만 이전에 시도됐던 기술을 보다 향상시켰다”고 전했다.
또 “극중 유인원의 연기는 100% 배우의 연기에서 비롯된 것이다”라며 “캐릭터의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유인원을 모두 이해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라이트닝 기술 프리젠테이션에서 임창의 감독은 “이미지를 리얼하게 구현할 수 있는 ‘피지컬 라이팅 시스템’(Physical Lighting System)을 사용했다”며 “이 기술은 카메라의 조리개와 셔터 그리고 스피드, 감도, 화이트 밸런스 수치, 조명, 촉광, 색 온도 등의 정보를 우리가 직접 적용시킨 것으로써 기존에 사용됐던 ‘이미지 베이스 라이팅’(Image Base Lighting) 방식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는 단 한번도 실제 유인원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현재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언비어는 관객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하 질의응답 전문-
Q 앤디 서키스 연기에 대한 호평이 자자하다. 제작진 입장에선 어떻게 봤는지.
-앤더스 랭글랜즈 감독(이하 ‘앤’) : 앤디 서키스는 큰 상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너무 잘했다. ‘시저’라는 캐릭터는 앤디의 연기와 웨타 디지털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결과물이지만 그의 훌륭한 연기가 있었기에 모든 게 가능했다. 다양한 감정과 표정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줬다.
Q. 웨타 디지털만의 경쟁력은.
-임창의 감독(이하 ‘임’) : 기본적으로 ‘라이브 퍼포먼스 모션 캡처’(Live Performance Motion Capture)기술로만 따지면 웨타 디지털이 가장 진보적이다. 유인원을 생동감 넘치게 표현해내는 ‘노하우’만큼은 자신 있었다.
Q. 미래에는 배우 대신 컴퓨터가 연기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앤 : 몇 년 전부터 거론됐던 이야기다. 과연 진보한 디지털 기술이 배우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지만,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나 조차도 놀랄 정도로 기술은 크게 발전했다. 그러나 극중 ‘시저’, ‘배드 임프’ 등의 캐릭터를 연기한 앤디 서키스, 스티브 잔과 같은 배우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것은 불가능하다. 기술력은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부분에서만 조력할 것이다.
-임 : 디지털 캐릭터와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굳이 분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번 영화로 ‘시저’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 것이다.
Q. 앤더스 랭글랜즈 감독은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 처음 참여하게 됐는데, 계기가 있다면.
-앤 : 오랜 시간 웨타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선두주자였다. <반지의 제왕> 속 ‘골룸’을 시작으로 이번 영화 속 ‘시저’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캐릭터의 감정을 완벽히 구현해냄으로써 관객의 웃음과 울음을 자아내고, 또 이에 공감하게 만드는 일은 우리에게 있어서 최고의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작업이다.
Q. 앤더슨 감독과 작업한 소감은.
-임 : 앤더슨 감독은 이미 영국과 유럽 등지에 있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유명하다. 그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이고, 영국에서 함께 일한 적도 있었다. 유능한 감독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기뻤다.
Q. 임창의 감독의 경우에는 3부작 모두 참여했는데, 오랜 시간 공들인 캐릭터와 작별하는 소감은.
-임: <혹성탈출> 3부작은 6년 전 시작한 작업이다. 이 시리즈와는 정말이지 애증의 관계였다. 일이라는 건 행복할 때의 순간은 굉장히 짧고, 고통스러운 순간은 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순간이 길었기에 그 결과가 빛을 발하는 듯싶다. 홀가분 하면서도 그리운 마음이 든다. 마치 힘든 시기를 함께 겪은 친구를 떠나 보내는 느낌이다.
Q. 이번 영화를 작업하면서 남달랐던 점이 있다면.
-앤 : 타 작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을 말하자면,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맷 리브스 감독이 작가 출신이라서 캐릭터와 스토리를 중시하는 편이었다. 또 그는 언제나 우리 모두 열정을 갖고 작업에 임할 수 있도록 노력했기에 잊을 수 없는 작업이었다.
Q. 가장 애착 가는 장면이 있다면.
앤 : 유인원들이 담긴 모든 장면이 의미 있다. 전편보다 여러모로 캐릭터가 발전됐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배드 임프’가 나오는 장면을 좋아한다. 눈 오는 산장 신 말이다. ‘배드 임프’를 연기한 스티브 잔은 흥이 많은 사람이다. 따듯하면서도 웃긴 캐릭터의 성향을 잘 살렸다. 감동적이더라.
임 : 폭설 속 싸움 신이 인상 깊었다. 실제로 캐나다에 폭설이 내린 날 찍었다. 퍼포먼스 액터들이 실제 캐릭터 복장을 입고 난투극을 벌였다. 최신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작업이었다. 맑은 날 찍거나 스튜디오에서 찍고 CG작업을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실제 폭설이 내리는 환경에서 찍었다는 것은 라이팅 아티스트(Lighting Artist)에게 있어 축복이었다. 눈이 왔을 때 장면이 어떻게 담길지 분석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늘이 눈으로 가려지니까 어둡게 담길까, 아니면 눈을 통해 빛의 산란이 발생하기 때문에 더 밝아 보일까,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는 맑은 날보다 한층 어둡게 나오더라.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시퀀스였다.
Q.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들이 <혹성탈출: 종의 전쟁>을 어떻게 감상하길 바라나.
-임 : 이 영화는 작업자가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어린 시절 재미있게 본 주말의 영화 같은 감상을 전한다. 클래식하고 감성적이면서 품위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완성시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상당한 시간과 공을 들였다. 극장에서 봐야지 그들의 노고가 잘 전달될 것이다.
-앤 : 3편은 환상적인 스토리의 종결판이다. ‘시저’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성장하고 변해가는지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앤디 서키스의 연기는 최절정을 찍었다. 새롭게 재미있는 캐릭터가 추가됐기에 더 흥미로울 것이다. IMAX에서 보길 추천한다.
● 한마디
웨타 제작진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긴 마지막 <혹성탈출> 시리즈!
2017년 8월 8일 화요일 | 글_김수진 기자(sujin.ki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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