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조셉 코신스키가 떠올린 아이디어를 적어둔 12장짜리 종이에서 시작된 <오블리비언>은 래디칼 스튜디오의 제작자들에 의해 그래픽 노블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포스트 묵시록을 배경으로 익숙한 SF의 온갖 설정들을 차용하는데 그친 세계관의 한계는 여전히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영화의 매력과 장점은 역시나 비주얼이다. 순백색의 2077년 구조물 ‘스카이타워’와 핵전쟁 이후 대자연의 태곳적 모습으로 회귀한 듯한 원초적 풍광의 대비는 새로운 비주얼로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많은 SF영화들이 집중한 3D를 포기하고 2D를 통해 구현한 밝고 선명한 영상은 아이맥스 상영을 통해 그 진면목을 드러낸다. 소니 CineAlta F65 카메라로 촬영된 아이슬란드 풍경의 디테일은 기존보다 4배 더 밝은 화면으로 스크린에 펼쳐지는데, 어둠보다 밝음을 부각시킨 포스트 묵시록의 세계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또한, 디지털 영상을 전면에 내세웠던 <트론: 새로운 시작>과 달리 디지털 요소를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설계한 <오블리비언>의 액션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놀랍도록 정교한 기술 수준을 짐작케 한다. 여기에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밴드 M83의 사운드트랙과 음악감독 조셉 트라패니스와의 협업으로 서사를 강조한 음악의 활용은 인물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아이맥스 스크린에 투영하는데 일조한다.
<트론: 새로운 시작>은 30년 전의 <트론>이 선보였던 실험적 혁신을 감안했을 때, 대중적이라는 단어와 궤를 달리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트론: 새로운 시작>이 보여준 디지털 효과와 사운드의 활용만으로도 남루한 스토리를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반면 <오블리비언>은 혁신과는 거리가 먼, <트론: 새로운 시작>에 비해 지극히 대중적인 영화다. 스토리의 약점을 더 이상 비주얼과 사운드의 활용만으로 덮기에는 역부족이다. 조셉 코신스키가 여전히 극복해야할 과제다.
2013년 4월 11일 목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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