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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감이 둔탁한 블랙 코미디(오락성 6 작품성 5)
분노의 윤리학 | 2013년 2월 21일 목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어느 날 한 여대생이 자신의 집에서 살해된다. 이 사건을 가장 먼저 접한 이는 여대생의 옆집에 살면서 그녀를 도청했던 경찰관 정훈(이제훈). 그는 범인이 여대생의 전 남자친구인 현수(김태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도청한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경찰에 알리지 않는다. 다음 날 경찰은 그녀와 불륜 관계였던 대학교수 수택(곽도원)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잡아간다. 이 소식을 듣게 된 현수(김태훈)는 여대생이 자신이 아닌 수택을 사랑했다는 이유에 분노한다. 사채업자 명록은 그녀가 빌려간 5,000만원을 어떻게 받을 건지 고민하다가 여대생에 집에서 도청장치를 해체하던 정훈을 발견한다. 그리고 범인이 현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명록은 돈을 요구할 생각으로 수택의 아내 선화(문소리)에게 전화한다.

초반부에서 현수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듯 <분노의 윤리학>은 여대생을 죽인 사람을 찾아내기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살인사건을 재구성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녀를 직·간접적으로 죽인 네 명의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그들이 여대생과 무슨 관계이며 어떤 악행을 저질렀는지 밝혀진다. 이들이 어떻게 여대생과 개인적인 연관성을 맺고 있었는가가 영화상에서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흥미를 유발하는 건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뉘우치기보다 서로의 악행이 더 나쁘다고 지적하기 바쁜 인물들이다. 이들은 남에게 공격을 받으면 치졸한 변명을 늘어놓다가도 공격을 가할 때는 법의 심판자처럼 군다. 악인들의 아이러니한 행위자체는 쓴웃음을 짓게 하며, 영화가 블랙코미디 성격이 강한 부족리극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분노의 윤리학>은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서로 다투는 치졸한 형국을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이는 배우들의 연기에서 비롯된다. 이제훈, 조진웅, 김태훈, 곽도원 그리고 문소리까지 주요 배우들은 저마다 캐릭터의 양면성을 보여주며 누가 더 악인의 최고봉인지를 겨루는 진검 승부를 벌인다. 하지만 감독이 배우들의 연기력만큼 완성도 높은 연출력을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다. 분노가 영화의 중요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극에 달한 감정만 선보인다. 감정의 진폭이 시퀀스에 따라 폭넓게 넘나들지 못하니 어디서 웃어야 하고 어디서 심각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블랙코미디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에는 감독의 역량이 부족해 보인다.

2013년 2월 21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배우들의 연기 열전, 아니 혈전
-실소가 난무하는 부조리극.
-마지막 주요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퀀스의 강도가 약하다.
-치졸한 싸움을 지켜보기에 긴 러닝타임
1 )
billrb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영화   
2013-02-2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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