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용설명서>은 독특한 소재와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완성된 영화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남자사용설명서’는 성공적인 연애를 위한,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위한 여자들만의 리얼 영상 교본 활용법이다. 1980년대 스타일의 촌스러운 영상으로 구성된 교본에서 Dr. 스왈스키가 전하는 각종 처세술은 실제 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정도로 현실감이 돋보인다. 지루할 수 있는 처세술 방법이지만 조악한 CG와 애니메이션 등이 첨가되면서 웃음을 전한다. 감독의 재기발랄함이 묻어난다.
배우들의 호흡도 멋들어진다. 이미 <커플즈>에서 코믹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던 이시영과 오정세는 또 한 번 절묘한 호흡을 보여준다. 애증의 관계에 놓인 이들이 서로를 골탕 먹이는 장면에서 폭소를 자아낸다. 특히 엘리베이터에서 어떻게 해서든 보나의 입술을 훔치려는 승재의 고군분투 장면과 오정세의 과감한 노출이 돋보이는 리조트 장면은 손에 꼽을 만하다.
재기발랄했던 초반부와 달리, 멜로 공식을 답습한 후반부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여자로서 사회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고찰과 함께 처세술에 중독된 현대인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감독의 날 선 시각이 드러난다. 현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애쓰는 감독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제목이 <남자사용설명서>라고 해서 여자들만의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남자들에게는 자신의 연애 경험을 체크할 수 있는 지표들이 무궁무진하다. 남녀 구별 없이 더 나은 연애·사회생활을 꿈꾼다면 이 유쾌한 교본, 강력 추천한다.
2013년 2월 14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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