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셴 :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이하 ‘<세션>’)은 실존 인물인 마크 오브라이언의 삶을 다룬 실화다. 그는 6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수족을 쓸 수 없는 중증 장애를 가졌음에도 UCLA를 수석 졸업하고 시인이자 컬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우리들(장애인들)도 보통의 한 인간일 뿐이다”라는 모토로 활발한 사회 운동도 펼쳤던 마크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장애인의 평등권 확보를 외쳤다. 벤 르윈 감독은 마크의 외침처럼 영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사랑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장애인의 성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섹스를 두려워하는 마크와 그를 달래며 섹스를 시도하라고 말하는 신부의 상황은 웃음을 유발한다. 이들의 기묘한 관계는 야릇한 고해성사를 나누며 더욱더 친밀해진다. 그의 첫 경험을 듣기 위해 맥주를 사들고 마크의 집을 방문하는 신부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자극적인 소재를 완화시키는 건 배우들의 몫이다. 특히 등장 내내 누워서 연기해야 했던 존 혹스의 열연은 잊지 못할 감흥을 안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걸 두려워하는 마크의 모습을 대사와 얼굴 근육으로 전한다. 몸짓이 아닌 얼굴로 감정을 전달하는 그의 연기는 마크 내면의 아픔까지 끌어 올리면서 인물을 입체화 시킨다. 헬렌 헌트는 존 혹스의 팔과 다리가 되어 마크와 현실로 내딛을 수 있게 하는 가교 역할을, 윌리엄 H. 머시는 웃음을 전하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영화는 섹스라는 행위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성스러운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한다. 6단계의 세션을 통해 유년 시절 마음의 병을 치유한 마크는 비로소 사랑의 본질을 몸으로 터득한다. 세션이 끝난 후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구애를 펼치는 마크의 모습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유쾌하고 솔직한 장애인 성 고백서인 <세션>이 담백한 멜로드라마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3년 1월 16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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