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데이>는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출발한 두 주인공이 결국 사랑에 골인하다는 내용이다. 여타 멜로 영화와 다를 바 없는 이야기지만 그 과정을 보여주는 형식 자체는 차별성이 돋보인다. 영화는 1988년부터 2008년까지 20년 동안 7월 15일에 조우하는 엠마와 덱스터의 모습만을 담는다. 매년 같은 날에 만나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조금씩 키워나가는 이들은 매회 이어질 듯 말 듯 하다가 아쉽게 끝나는 드라마의 연인처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론 쉐르픽 감독은 동명소설의 장점이었던 이 구조를 고스란히 가져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기폭제로 쓴다. 각본을 맡은 원작자 데이빗 니콜스는 긴 시간동안 엇갈리는 이들의 러브스토리를 흡입력 있게 표현하는 데 일조한다.
캐릭터로만 바라 봤을 때, 돈 많고 여자 좋아하는 덱스터와 그의 마음을 얻으려는 엠마는 진부한 편이다. 멜로적 감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삽입된 의도된 장면들 또한 캐릭터를 평범하게 만든다. 이런 단점을 메우는 건 배우들의 몫이다. 짐 스터게스는 자칫 민폐남으로 보일 수 있는 덱스터를 모성본능이 느껴지는 남자로, 앤 해세워이는 수다스럽고 자존심 강한 엠마를 귀여운 매력이 넘치는 여자로 캐릭터화한다. 둘의 호흡은 사랑의 화학반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이블데드 3 : 암흑의 군단> 개봉과 MTV 스타일의 쇼 프로그램 등 1990년대 문화가 삽입되면서 영화의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변모하는 두 배우의 패션도 눈길을 끈다. 올해 1990년대 감성코드로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던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2012년 12월 12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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