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감독의 전작들은 코미디 영화치고는 긴 러닝타임을 자랑했다. (<아기와 나>를 제외하고)<청담보살> <위험한 상견례>의 러닝타임은 약 2시간이다. 이는 주인공들과 함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세세하게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로 보인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면 러닝타임이 길어도 재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쉽게도 감독의 전작들은 재미보다 지루함이 앞섰다. 그나마 <청담보살> <위험한 상견례>가 관객의 외면을 받지 않았던 이유는 매력 없는 이야기를 구원했던 구세주 덕분이었다. <청담보살> 때는 임창정의 코믹 연기가, <위험한 상견례> 때는 1980년대 영·호남 지역감정 소재가 구세주로 등장하며 영화를 살렸다.
<음치클리닉>은 구세주가 보이지 않는다. 영화의 중심에는 박하선이 존재한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캐릭터를 이어온 듯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연기는 웃음을 준다. 그러나 박하선의 원맨쇼가 영화 전체 웃음을 담당하기에는 벅차 보인다. 윤상현과 박하선의 조합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신홍이 동주를 사랑하게 된 계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멜로 라인은 허술해지고, 사랑의 감정도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음치 탈출을 계기로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도 빈약하다. 124분이란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진다. 박철민, 장광 등 조연들과 송새벽, 안내상, 김준호 등 카메오들이 웃음을 위해 투입되지만 지루함을 걷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감독에게 필요한 건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주려는 욕심보다는 절제인 듯하다.
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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