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사실에 근거한 영화'라고 밝혔듯 최근 데일리 뉴스급으로 보도되는 모든 성범죄 사건에 뿌리가 있다. 주인공은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유림(유선)과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딸 은아(남보라)다. 은아는 새로운 학교의 남학생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유림은 괜히 재판 비용 까먹지 말고 합의금 받아 보약이나 해 먹이는 것이 차선이라는 형사의 말에 아랑곳 않고 재판을 한다. 하지만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실형을 면하고 2차 성폭행이 이루어진다. 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예고편에도 나오듯 스포일러가 아니다)
90년대 <연풍연가>와 <텔 미 썸딩>을 거친 김용한 감독은 그의 데뷔작으로 시의성 강한 소재를 선택했다. <돈 크라이 마미>는 목정성이 강한 영화다. 사실을 목도하고 울분하여 행동하라는 강령을 주제로 한다. <도가니>로 시작해 <부러진 화살> 등에서 이미 솜방망이로 일단락되는 사법체계에 주먹을 쥐었던 관객이라면 이 익숙한 구도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란 친숙한 길목으로만 따르지는 않는 법이다. <돈 크라이 마미>는 메시지라는 마음만 앞선 상태에서 드라마라는 몸이 따라가지 못한다. 팩을 붙이고 미소 짓는 모녀들의 단란한 일상 앞에 폭력의 수위를 서서히 지피고 서서히 강도를 높이면서 분노의 엔진에 가속도를 밟지만 스크린 바깥까지 미치지는 못 한다.
아교 없이 틀만 존재하는 드라마는 헐겁게 느껴진다. 메시지가 강한 영화란 자칫 교조적인 틀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돈 크라이 마미>가 운용하는 드라마는 최악의 상황들을 나열하지만 불편한 감각을 넘어서 동력을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유사한 소재를 다룬 구로사와 기요시의 일본 드라마 <속죄>나 조엘 슈마허 감독의 <타임 투 킬>에서 봤던 메시지와 드라마의 화학 작용을 빗대기는 쉽지 않다. 결국 프로파간다가 되고 싶었던 영화는 재연 드라마적 성취를 뛰어넘지는 못 한다. 물리적으로 신체와 정신이 좀 먹는 연기를 해낸 배우들의 열연은 자연스레 사그라진다. 이 극악한 상황 앞에서 함께 분노할 순 있지만 위로 이상의 행동을 촉구시키기는 어렵다. 그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존재론이었지만.
2012년 11월 20일 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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