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이 달라졌다. 그의 18번째 장편영화 <피에타>는 전작들에 비해 메시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동안 김기덕의 영화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관객들에게는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최근 예능 출연으로 대중들과 친숙함을 유지하려는 감독의 태도처럼 영화는 먼저 관객들에게 손을 내민다. 전작의 난해했던 이미지와 은유적 이미지는 좀 더 약해졌다. 감독에게 있어 <봄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가학적이고 난해한 이미지만을 추구한다는 오명을 벗게 해준 작품이라면, <피에타>는 대중들과 소통의 창을 열게 만든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의 <피에타>는 자비를 찾아볼 수 없는 현 사회를 반영한다. 영화의 세상은 돈의 늪에 빠진 사람들로 가득하다. 돈 때문에 서로 싸우고, 복수의 칼을 꽂는 모습은 한 편의 지옥도를 연상시킨다. 감독은 강도를 통해 이 지옥도를 체감케 한다. 강도는 지옥 한 가운데 서 있는 저승사자다.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채무자를 폭행하고 불구자로 만들어버리기까지 한다. 이런 냉혈인간에게 묘령의 여자가 나타나고, 그녀에게서 엄마의 정을 느낀다. 그녀가 사라진 후 강도는 비로소 사랑하는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하는 행위가 큰 죄인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죄 값을 치른다. 이처럼 영화는 폭력과 복수만이 난무하는 금수의 세상에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는 강도의 고해성사를 보여준다.
그동안 김기덕 영화를 견고하게 만들었던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이미지들이 아예 자취를 감춘 건 아니다. 자식을 위해 공장 기계로 신체를 훼손하는 장면, 채무자 아들이 연필로 강도에게 복수하는 장면 등 전작들에서 봤던 이미지들과 오버랩 된다. 하지만 잔혹한 사회상을 보여주기 위해 차용한 것 뿐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지는 않는다. 배우들의 연기도 은유적인 대사보다는 명료한 화법으로 서사를 이끈다. 조민수와 이정진은 상황에 맞는 감정을 가감 없이 표출하면서 서로간의 엮인 실타래를 서서히 풀어나간다.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애쓴 감독의 소통 방법은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다만 일회적인 수단인지, 아니면 새로운 연출 의도인지는 다음 작품이 나와 봐야 알 것 같다.
2012년 9월 7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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