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의 근간에 흐르는 건 에리히 폰 다니켄이 <신들의 전차>에서 제시한 ‘외계인 기원설’, 그리고 지적인 존재가 자연을 창조했다는 ‘지적설계론’이다. <에이리언>의 무대보다 30여년 앞선 2089년. 진화론을 배반하는 단서를 발견한 인간은 대기업 웨이랜드사가 후원하는 프로메테우스호를 타고 우주로 날아간다. 그 안에는 과학자 엘리자베스 쇼(누미 라파스)와 안드로이드 로봇 데이빗(마이클 패스빈더), 비밀스러운 여인 메레디스(샤를리즈 테론) 등이 타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같지는 목적은 다르다. 한마디로 동상이몽. 각자 다른 이유로 외계의 존재에 대해 집착한다. 그리고 이러한 집착에 의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결국 인간의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과 삶에 대한 욕망이 괴물을 깨우는 것이다.
감독의 선전포고와 달리,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자장 안에서 읽힐 운명이다. <에이리언>에 등장했던 ‘스페이스 자키’가 등장할 뿐 아니라, 교집합을 이루는 장면도 있다. 원작 팬들로선 반가울 일이다. 하지만 앞선 걸작들의 비교대상이 된다는 면에서 작품적으로는 밑지는 면이 없지 않다. 영화는 여러모로 <에이리언>이나 <블레이드 러너>에 비해 완성도나 예술성이 처진다. 내러티브는 촘촘하지 못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보다 허무하게 소비되는 캐릭터가 더 많다. 하는 일 없이 있다가 영웅적인 자기희생을 감행하는 선장의 선택이 뜬금없고, 은밀한 비밀을 간직한 듯 했던 메레디스의 사연도 알고 보면 그리 놀라울 게 못된다. 엘리자베스 쇼가 딱 기대만큼만 보여주는 가운데, 리플리컨트 데이빗이 그나마 캐릭터의 단조로움에서 자유롭다. 마이클 패스빈더는 속내를 좀처럼 알 수 없는 인조인간을 섬뜩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영화가 기대고 있는 철학 또한 새로울 건 없다. 이 영화의 세계관은 저 멀리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부터 <미션 투 마스>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화들이 주창해 온 철학의 반복일 뿐이다. ‘인류기원의 충격적 비밀을 밝히겠다’는 거창한 약속과 달리 충격과 쾌감도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궁금증이 풀어지길 기대하고 갔다가 더 큰 의문을 품고 나와야 하는 경험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메테우스>는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라 생각한다. 비주얼면에서 영화는 만족스러운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다.(3D가 가히 환상적인 수준이다. 3D 관람을 거침없이 추천한다. IMAX 3D라면 더더욱.) 후반부 사건을 매듭짓는 솜씨가 아쉽긴 하지만, 전반부 긴장을 조율하는 서스펜스는 탁월한 편이다. 결과적으로 <프로메테우스>는 영화사에 이름을 남길 작품은 아니지만, 매끈하게 빠진 시각적 완성품을 원하는 관객을 만족시키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무엇보다 (아직 제작이 확실하지 않은) 2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떡밥의 제왕’으로 이름 떨친 <로스트>의 작가 데이먼 린드로프의 작품답다. 참고로 리들리 스콧은 현재 자신이 낳은 또 한편의 SF 걸작 <블레이드 러너> 속편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설마 이것도 만드는 도중에 <블레이드 러너>와 상관없는 작품이라 하는 건 아니겠지. 무엇이 두려운가. 다음번에는 무엇이 됐든 망설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2년 6월 7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