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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w Must Go On! (오락성 9 작품성 7 입체감 7)
어벤져스 | 2012년 4월 26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1963년 탄생한 마블 코믹스의 ‘어벤져스’는 엄청난 영화적 잠재력을 지닌 만화였다. 문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데 있었다. 이야기는 다층적이고, 세계관은 방대했다. 여기에 입맛 까다로운 코믹 북 팬들의 기대에 대한 부담, 캐릭터에 부합하는 배우를 찾기 위한 험난한 캐스팅 과정(비용적인 부분에서도), TV 시리즈에 적합할만한 이야기를 2시간 남짓으로 압축해야 하는 각색.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어 보였다. 피 말리는 작업이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마블 스튜디오는 상상 속에서만 활보하고 있던 히어로들의 만남을 스크린 안에 기어코 구현해 낸다. 마치 ‘할리우드가 왜 꿈의 공장인가’를 확인사살해 주겠다는 듯.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프로젝트를 위해 마블 스튜디오가 그 동안 투자한 시간과 돈과 끈기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거대 프로젝트에 돌입한 마블 스튜디오는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 2> <퍼스트 어벤져> <토르 : 천둥의 신>을 차근차근 내 보내며 <어벤져스>의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모험이라 했고, 누군가는 고집이라 했고, 누군가는 ‘미친 짓’이라 했다. 다행히 각 퍼즐조각이 모여 완성된 <어벤져스>는 이 프로젝트가 ‘미친 짓’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슈퍼히어로 물의 지적 수준을 끌어올린 <다크나이트>같은 걸작은 아닐지라도, 슈퍼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항로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어벤져스>의 가치는 충분하다.

<어벤져스>에서 중요한 건 독창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관건은 ‘독고다이’ 영웅들을 어떻게 규합해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다. 개성 강한 주연급 캐릭터들을 데려다가 출연 분량을 쪼개고 누구 하나 섭섭하지 않게 비슷한 무게감을 부여하는 작업은, 그럴싸한 악인 캐릭터 하나 만드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든 일이다. 이 모든 걸 영리하게 조율해 낸 이는 조스 웨던이다. 마블 코믹스의 팬이기도 한 조스 웨던은 캐릭터 각각의 특성과 이미지를 멋지게 이용할 줄 알았다. 고지식한 사고방식의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특유의 자뻑 정신으로 무장한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셰익스피어 말투를 구사하는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반전에 가까운 유머감각을 보여주는 헐크(마크 러팔로), 레골라스 버금가는 신궁 실력의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 미녀는 멍청하다는 통념에 반기를 드는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이들의 이질적 성격이 만나 묘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양념처럼 사용된 유머도 발군이다. 웬만한 코미디 영화보다 좋은 강력한 유머들이 곳곳에서 터진다. 단, 앞선 마블 영화를 얼마나 챙겨봤느냐에 따라 체감 재미가 다르다는 점에서, <어벤져스>는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영화를 100% 즐기려면, 예습은 필수라는 얘기다.)

극 후반 벌어지는 시가전은 입이 딱 벌어지는 쾌감을 선사한다. 신선한 전투장면을 보여줘서가 아니다. 이제까지 보지 못한 엄청난 물량공세가 있어서도 아니다. 전쟁 속에 있는 게 바로 그들, 히어로들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져 기존 히어로무비와 크게 다를 게 없는 플롯의 <어벤져스>를 기발하고 특별해보이게 만드는 건 팀으로 뭉친 히어로들이다. 각자의 영역 안에서 홀로 활동하던 캐릭터들이 경계를 허물고 나와 함께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짜릿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히어로들의 필살기를 한 자리에서 만나는 건, 영화라기보다 이벤트에 가깝다.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 대한 기대는 유효하다.(엔딩 크레딧 후에 다음 편을 암시하는 쿠키 영상이 나온다.) ‘어벤져스’는 언제라도 와해될 수 있는 불완전한 팀이다. 팀의 욕구가 히어로 개인의 욕망을 막아서는 순간, 이들은 서로의 목에 칼을 들이댈 수 있다. 그리고 진짜로 언젠가는 들이댈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어벤져스’로 뭉친 마블의 히어로들은 ‘시빌 워’(마블 코믹스의 또 다른 작품)에 이르러 내전을 벌인다. <아이언맨 2> <인크레더블 헐크> <토르 : 천둥의 신> <퍼스트 어벤져>가 <어벤져스>를 위한 포석이 됐듯, 마블 스튜디오는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서 <어벤져스> 속편도 <시빌 워>를 위해 희생(?)시킬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아쉽냐고? 설마! ‘시빌 워’ 영화화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어벤져스>가 주는 흥분은 상당하다. 이 거대한 쇼의 진정한 시작은 이제부터인지 모른다. The Show Must Go On!

2012년 4월 26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사공이 많다고 배가 산으로 가란 법 있나.
-마블 영웅들의 ‘이상형 월드컵’. 당신의 선택은?
-앞선 마블의 작품을 모두 봐야지만 <어벤져스>의 유머를 100% 이해할 수 있다
-사슴뿔 달고 나온 악당이라. 그 모습이 조금 우습기는 해.
10 )
cyddream
영화 길라잡이 무비스트의 알찬 설명에 힘입어 <어벤져스>... 내일 저녁 8시 관람예정입니다...
정말 사공이 많아도 산으로 간다는 그 한마디가 더욱 관람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2012-04-26 23:20
jhee65
사실 악당이 좀 약한 게 젤 흠이죠... ^^   
2012-04-2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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