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캠프 홍보관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은 타고난 전략가다.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를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로 만들기 위해 그는 선거 캠프 본부장 폴(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을 도와 온 힘을 쏟는다. 그 결과 모리스의 지지율은 상대 후보보다 앞서나간다. 차세대 킹메이커(중요한 정치적 권력자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로 급부상한 스티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상대 후보 진영 본부장 톰(폴 지아마티)은 그와 은밀한 접촉을 하고, 정치부 기자 아이다(마리사 토메이)는 이 사실을 신문에 보도하려 한다. 코너에 몰린 스티븐에게 큰 한 방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건 바로 모리스의 불륜 사실. 게다가 불륜 상대가 자신의 여자 친구 몰리(에반 레이첼 우드)라는 걸 알게 된 스티븐은 공항상태에 빠진다.
<킹 메이커>는 정치판의 어두운 실체를 드러내는데 주력한다. <컨페션>부터 현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이야기를 고수해왔던 그에게 <킹 메이커>는 딱 어울리는 작품. 극중 더러운 정치판의 모습은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이는 대선 주자의 불륜 행각, 표심을 얻기 위한 거짓 발언, 권력에 혈안이 된 정치 세력 등의 소재가 그동안 신문과 뉴스에서 봐 왔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인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그들의 위선과 탐욕을 영화는 신랄하게 꼬집는다.
스티븐이 이 혼탁한 정치판을 바로 잡는 영웅 쯤 되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NO! 스티븐은 혼탁한 정치판을 들여다보는 눈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다소 느리게 진행됐던 영화는 모리스의 불륜 사실이 밝혀지는 시점부터 가속도를 낸다. 그리고 궁지에 몰린 스티븐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지에 대한 궁금증을 야기 시킨다. 조지 클루니는 고리타분할 수 있는 정치판의 이야기에 스릴러 요소를 삽입하면서 이야기의 흡입력을 살린다. 또한 라이언 고슬링을 비롯,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과 폴 지아마티, 마리사 토메이 등 연기파 배우의 호연을 잘 이끌어낸다. 현실에 대한 냉소적인 메시지를 영화적 언어로 잘 풀어내는 그의 연출력. 감독 조지 클루니의 앞날이 기대된다.
2012년 4월 18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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