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블랙>은 21세기 공포영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영화다. 고전적인 공포영화라는 의미다. 음산하고 외딴 마을을 찾아간 주인공, 뭔가 숨기는 있는 듯한 마을사람들, 그 와중에 일련의 사건에 휘말려드는 주인공 등은 비교적 전형적인 패턴이다. 물론 <우먼 인 블랙>이 이야기의 비중이 큰 영화는 아니다. 스토리는 반전과 굴곡이 적고, 사건의 주범인 원혼의 존재도 일찌감치 드러난다. 이야기보다는 분위기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점에서도 이 영화는 오래된 공포영화의 전통을 충실히 지킨다.
<우먼 인 블랙>의 공포의 핵심은 배경과 장소 자체다. 제작진이 오랜 시간을 들여 찾아낸 영국 요크서의 작은 마을은 짙은 안개까지 더해져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메인 스테이지인 저택도 마찬가지, 방이 많고 기괴한 소품으로 가득한 오래된 2층 목조저택은 대낮에도 무섭다. 마을과 저택의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영화는 철저하리만치 기본기에 충실하다. 요즘의 자극적인 공포영화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방식이다. 카메라는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는 편집은 신속하고 간결하다. 사운드 역시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아서가 저택에서 홀로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은 영화의 노른자위라고 할 수 있는데, 극적인 사건 없이 그저 방에서 방으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공포와 긴장감을 선사한다.
굳이 옥의 티를 언급하자면 각색이다.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다보니, 수잔 힐의 동명소설인 원작과는 달리 주인공의 사연, 유령의 사연, 마을사람들의 사연 등은 크게 불거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높은 공포지수에도 불구하고 후반부가 다소 맥 빠진 느낌이 들게 하는 이유다. 러닝타임을 약간 늘려서 실타래를 조금만 더 꼬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와 살이 뿌려지는 자극적인 공포영화에 물린 관객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작품인 건 틀림없다. 사실상 주인공 혼자 끌고 가는 영화임을 감안하면,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변신은 나무랄 구석 없이 성공적이다.
2012년 2월 16일 목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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