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던트>는 일 때문에 가족을 돌보지 않았던 한 남자가 인생의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다. 알렉산더 페인은 전작 <어바웃 슈미트> <사이드 웨이>와 마찬가지로 절망에 휩싸인 인물을 내세운다. 맷은 잘 나가는 변호사다. 조상이 물려준 부동산 덕에 돈 걱정은 없다. 하지만 마음은 가난하다. 아내는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했고, 부모의 사랑을 못 받고 자란 두 딸은 반항심만 커졌다. 가족과의 소통이 단절된 시점에서 모든 것을 되돌려 놓으려는 맷의 발악은 측은함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맷에게 닥친 불행을 보여주면서 가족애의 소중함을 설파한다. 아내의 빈자리가 크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맺은 홀로 키워야 하는 두 딸에 대해 생각하고 일이 아닌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감독은 맷을 통해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알렉산더 페인의 이야기는 7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마음을 뒤흔든다.
<디센던트>가 묵직한 메시지만 전하는 건 아니다. 비극도 멀리서보면 코미디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웃음 짓게 하는 장면이 간간히 나온다. 특히 온 가족이 아내의 내연남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유쾌함을 전한다. 맷은 내연남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곧바로 그를 만나기 위해 거짓으로 문자를 보낸다. 게다가 일부러 내연남의 아내에게 접근한다. 큰 딸 알렉산드라는 한 술 더 뜬다. 언제 싸웠냐는 듯이 007의 본드걸처럼 맷의 스파이 놀이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다. 여기에 호기심 가득한 작은 딸의 엉뚱함과 알렉산드라의 남자친구 시드(닉 크로즈)의 개념 상실 태도는 잠시나마 맷의 불행을 잊게 할 정도로 재미를 더한다.
영화의 매력은 조지 클루니의 연기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젠틀한 이미지로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여지없이 망가진다. 배나오고, 반바지에 슬리퍼로 무장한 그는 동네 아저씨로 탈바꿈한다. 외모뿐이 아니다. 식물인간이 된 아내에게 푸념을 늘어놓고, 내연남의 아내와 키스 하는 등 소심한 복수를 일삼는다. 이런 와중에도 표정 하나로 절망에 기로에 선 맷의 감정선을 끌어올린다. 알렉산더 페인에게 조지 클루니는 천군만마. 과연 조지 클루니가 골든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을까.
2012년 2월 16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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