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다시피 벤자민은 실존인물이고, 이 영화는 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물론 100% 정확한 실화는 아니다. 예를 들어 실제 벤자민의 아내 캐서린은 동물원을 구입하고 재개장을 위해 노력하는 도중에 죽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는 동물원 구입 전에 이미 아내를 잃은 상황이다. 이 점은 중요한 차이다. 이 영화가 동물원의 구입과 재개장에 따른 우여곡절만큼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상실감이기 때문이다. 폐장 위기의 동물원을 지역의 명소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은, 벤자민의 가족들이 아내와 엄마를 잃은 상실감을 인정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전작들이 대부분 그랬던 것처럼,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행복과 희망 같은 단순한 진리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전작들이 대부분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역시 이야기가 두드러지는 영화는 아니다. 내러티브 구조는 퍽 단조롭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인물 없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진행된다. 영화 전반적으로 나른함이 깔려있다고 느껴질 정도다. 따지고 보면 동물원을 구입한 첫 번째 사건이 가장 극적이고 절박한 사건이니, 클라이맥스가 이야기의 앞부분에서 튀어나오는 격이다. 그러나 잘 정돈되어있는 시나리오와 따뜻한 대사들 덕분에 지루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소재와 작품에 따라서 단조로운 드라마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의외로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동물들 덕분이다. 사자, 호랑이, 곰, 얼룩말, 타조 등 다양한 동물들을 클로즈업으로 담아낸 영상은 적지 않은 시각적 즐거움을 안겨준다. 엄청난 음악광으로 15세 때부터 음악평론가로 활동했던 감독의 작품답게 음악도 훌륭하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밴드 ‘시규어로스’의 프런트맨 욘시가 만들어낸 서정적이고 섬세한 음악들은 영화에 적절하게 밀착되어있다.
2012년 1월 18일 수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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