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최고의 사랑> 구애정(공효진)이라면, <원더풀 라디오>의 신진아(이민정)에게 100% 감정 이입할 거다. 왕년에 잘 나가는 아이돌이었지만 지금은 한물간 가수라는 점에서. 그룹을 탈퇴해야 했던 말 못할 이유에서. 옛 멤버와의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얼굴 생김새만 달랐지, 처지는 빼다 박았다. 그러니, 구애정이라면 신진아의 사연에 눈물 뚝뚝 흘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구애정의 사연을 먼저 들은 관객에게 신진아라는 캐릭터는 주말이면 찾아오는 재방송과 같다. 이민정이 아무리 고군분투해도, 한계가 있는 캐릭터라는 얘기다.
영화가 그러한 지점을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신진아와 주변인들의 다양한 관객 맺기를 보여줌으로서 단조로움의 함정을 피하려 한다. 매니저 이광수에게 코믹을 담당케 하고,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 코너에 참여하는 청취자(암으로 부인을 먼저 떠나보낸 택시 기사, 새아버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춘기 소녀 등의 사연)들에게 감동을 이식하는 식이다. 개편을 맞아 새롭게 투입된 까칠한 PD 재혁(이정진)? 예상했겠지만 그의 임무는 진아와의 로맨스다.
전략이 나쁘진 않다. 문제는 전략을 구사하는 방식이다. <원더풀 라디오>는 이야기를 라디오 주파수 맞추듯 풀어간다. 부여된 주파수 영역에서 벗어나면 잡음을 내는 라디오라도 되는 듯, 기존에 나와 있는 영화 공식 영역에서 좀처럼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원더풀 라디오>가 그리는 사연들에선 창의성이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 이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인가에 대해서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그래서인지, 예상과 달리 이 영화의 공식적인 장르는 ‘드라마’다) 영화는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했을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제공하지 못한다. 로맨틱 코미디라고 했으면, 직무유기 소리 들을 일이다. 이민정에게 집중하느라 이정진 캐릭터를 너무 누른 게 아닌가, 싶다.
2012년 1월 5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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