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는 내부의 적과 싸웠다. 2편에서는 적의 애인이었던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 3편에서는 급기야 약혼녀까지 죽음의 한가운데로 내몰아야 했던 비운(?)의 사나이 이단 헌트(톰 크루즈). IMF 소속 요원인 그가 이번에는 러시아 크렘린 궁 폭발 테러 사건에 연루된다. 하루아침에 국제 테러리스트가 된 이단 헌트는 3명의 팀 동료와 함께 핵전쟁을 일으키려는 미치광이 과학자 코발트에 맞선다.
전 세계를 넘나드는 스케일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러시아, 체코 프라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인도 뭄바이, 미국 시애틀 등을 바쁘게 오간다. 이 와중에도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각 나라 상황과 특성에 접목시킨 액션씬들이 가는 곳마다 기다린다. 그러니까 이 영화, 씬과 씬 마다 다이너마이트를 장착했다. 오프닝을 책임지고 있는 러시아 감옥 탈출 장면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러시아 크렘린 궁 잠입에서의 스릴감은 교감신경을 자극한다. 모래 폭풍에 갇힌 두 남자의 사투는 익스트림 경기를 보는 듯 처절한 동시에 짜릿하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 4>의 백미는 역시 두바이에서의 액션씬. 지상 828m 세계 최고층 빌딩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곡예를 펼치는 이단 헌트의 모습은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하다. 대역을 쓰지 않은 채 직접 연기하는 톰 크루즈의 열정은 말해 무엇하랴. 대단하단 말밖엔. 톰 크루즈가 성룡으로 보이는 순간, 슈퍼히어로의 후손이 아닐까 싶어지는 순간이다.
중간 중간의 액션 시퀀스들이 탁월한 덕분(?)에, ‘시간 대비 감흥’이 줄어들 위험은 있다. 강한 자극이 계속 되면 무뎌지는, 몹쓸 놈의 자극에 대비해서 감독이 준비한 카드는 팀플레이 강화다. 미모의 조직원 제인 카터(폴라 패튼), 천재적인 IT 전문가 벤지 던(사이먼 페그), 새롭게 가세한 수석 전략가 브란트(제레미 레너). 이들은 영화에서 이단 헌트와 함께 하나의 유기체를 형성한다. 하나가 잘못되면 연달아 무너지는 도미노처럼, 개인 한 명 한 명이 중요하게 기능한다. 특히 감독은 ‘죽도록 고생한’ 이단 헌트를 잠시 쉬게 하는 방법으로, 조직원들에게도 재능을 뽐낼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인도 뭄바이에서 촬영된 파티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목숨을 담보로 환풍기에 몸을 날리는 건, 이단 헌트가 아니라 브란트다.(<미션 임파서블 1>의 명장면을 연상시킨다.) 키를 쥔 인물과 정면에서 대치하는 건 제인 카터고, 상황을 조작하는 건 벤지다. 이 시퀀스에서 이단 헌트는 무전기 하나로 그들의 미션을 지두 지휘하며 팀장에 어울리는 면모를 과시한다. 적절한 임무 분담에 영화의 효율도 상승한다.
단선적인 악인 캐릭터는, 아쉬움이 크다. 3편에서 살벌한 아우라를 풍겼던 악당 오웬 데비안(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이 아쉬움을 일부분 상쇄시키는 인물은 유머를 담당하고 있는, 버지 던 역의 사이먼 페그다. 악인 캐릭터가 약화되고, 유머러스한 인물의 비중이 높아진 건, 순전히 브래드 버드 감독의 취향이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양한 유머를 시험해 온 브래드 버드는, <미션 임파서블> 특유의 액션과 서스펜스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유머를 적절하게 구사한다. 브래드 버드의 부임으로 가장 큰 빛을 본 행운아는 톰 크루즈가 아니라, 사이먼 페그인 셈이다.
브래드 버드 감독의 취향은 아이디어 번뜩이는 첨단 무기들에서도 읽힌다. <미션 임파서블 4>에는 <007> 시리즈 ‘Q’(제임스 본드의 최신 무기를 책임지는 과학자)의 경쟁심을 자극할만한 특수 장비들이 속속 등장한다. 이미지를 조작하는 ‘마법 천막’, 눈을 깜빡이면 문서가 출력되는 ‘컬러 렌즈’, 어디든 철썩 붙는 ‘장갑’은 분명, 창의력의 산물이다. ‘Q’의 발명품과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중요한 순간 꼭 오류를 낸다는 점. 이로 인해 주인공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는데, 이 역시 브래드 버드 특유의 익살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런 해석도 가능하다. <아바타> <트랜스포머> 등이 3D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인디아나 존스> <다이하드> 시리즈가 여전히 아날로그의 힘을 믿고 있는 가운데, <미션 임파서블 4>는 ‘첨단’과 ‘복고’를 동시에 취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일견, 영리한 방법이라 할만하다.
<미션 임파서블 4>는 분명 입장료에 값하는 반대급부를 충분히 제공하는 영화다. 제작자로 나선 J.J 에브람스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산증인이 된 톰 크루즈, 새로운 팀의 수장 브래드 버드. 이 세 남자는 블록버스트 오락영화가 대중들에게 어떠한 자세로 복무해야 하는지를, 대중들을 상대로 어떻게 비즈니스 해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영화의 흥행을 확신하는 이유, 다음 미션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빰빰빰빠빠! 빰빰빰빠빠!
2011년 12월 15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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