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브루엔의 시리즈의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삼은 <블리츠>는 ‛기습공격’이라는 뜻대로 대책 없이 범죄를 범하는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형사 톰 브랜트(제이슨 스타뎀)의 주위에서 경찰이 하나둘씩 목숨을 잃기 시작한다. 경찰은 후드티를 푹 눌러쓰고 감시카메라는 요리조리 피해 범죄를 실행하는 범인(에이단 질렌)에 대한 실마리조차 잡지 못 한다. 하지만 톰 브랜트는 일 년 전 사건을 기억하며 용의자를 찾아 나선다.
<블리츠>는 한마디로 명석한 지능범과 본능에 충실한 경찰,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재미를 가동한다는 시나리오다. 애초에 액션에 방점을 둔 영화가 아니란 소리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콘셉트에 불과하다. 지능적 범죄라는 축을 두고 이야기는 엉성하게 돌아간다. 범인은 살해대상의 정보를 손쉽게, 너무나 손쉽게 습득하고 그 방법은 스크린 저 너머에 숨어 있다. 해킹능력이 뛰어나다는 한 줄의 언급도 등장하지 않는다. 함축이나 점프 컷이라는 미학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쯤에서 영화의 목적은 확연해진다. 액션보다는 캐릭터간의 팽팽한 긴장감에 방점을 둘 것. 문제는 긴장감 획득은 음향효과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불 가리지 않는 형사와 싸이코 패스 범죄자 블리츠. 이들의 궁합은 오히려 유사한 캐릭터로 어울린다. 제이슨 스타뎀 캐릭터의 대척점에는 범인이 아닌 동료형사 포터 내쉬(패디 콘시딘)가 있다. 주먹이 앞서는 경찰과 이성적인 게이 파트너 경찰, 남성성과 여성성으로 대변되는 물과 불의 캐릭터가 버디무비 형식을 취한다. 다만 두 캐릭터 간에 끈끈한 우정이 빚어지지도 않는다. 어디까지나 콘셉트만 열거되고 좀처럼 이어 붙지 않자 버디무비의 재미는 실종된다. 제이슨 스타뎀표 액션도 지능적 범죄영화도 아닌 <블리츠>는 그 중간 어디쯤에서 표류한다.
범작이라 하기에도 부족한 범죄영화 <블리츠>에 평점을 주기는 난감하다. 호쾌한 액션이나 명석한 반전 영화로 분류하기도 애매하다. ‛제이슨 스타뎀’ 그가 쌓아온 액션 아우라를 잠시나마 스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기에는 영화 전체적 허점이 무수하다. 그는 현재 액션영화 지평에서 이름만으로 장르를 대체하는 유일한 스타임은 분명하다. 그의 필모가 들쭉날쭉한 것도 한 편으로는 스타일로 보일 정도니까.(영리하게 필모를 차곡차곡 챙기는 액션스타는 이미지와 불일치한다는 관념) 분명 한 건 호쾌한 <트랜스포터>도 투박한 <익스펜더블>도 영리한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도 아닌 이 영화의 스타일은 매끈하지 않다는 것이다.
2011년 12월 7일 수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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