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원작자와 가까운 친구이기도 한 테이트 테일러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헬프>는 원작의 서사와 캐릭터에 약간에 손질을 가미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각색의 묘를 살렸다. 할리우드의 다양한 신구 여배우들이 주를 이룬 이 영화는 인종 차별이 일상의 풍경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당대 미시시피의 풍경을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그리고 영화가 지닌 진지한 문제의식을 관객의 감상에 드라마틱하게 녹여낸다. 마치 21세기 버전의 <컬러 퍼플>이라 할 수 있는 <헬프>는 보다 경쾌하지만 역시 강건하게 그 세계의 부조리를 응시하게 만든다. 스크린은 어느 야만적인 시대를 중계하는 창과 같고, 그 너머에서 저마다 제 삶을 살아나가듯 연기하는 배우들의 뚜렷한 캐릭터를 통해서 영화는 보다 명확해진다.
<헬프>는 지난 시대의 부조리를 반추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인종의 벽을 넘어서 소통한 어떤 여성들의 자아 찾기를 그린 드라마이기도 하다. 차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결국 자립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로 종착된다. 흑인과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웅변이 아닌, 그 약자들이 자신의 진짜 삶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과정을 뚝심 있고 사려 깊게 살핀다. 동시에 <헬프>는 용기에 관한 영화다. 용기란 것이 막강한 힘의 산물인 것 같지만 사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유일하게 쥘 수 있는 것이 그 용기라는 아이러니를 절실히 깨닫게 만든다. 물론 이 영화는 차별에 관한 영화다. <헬프>는 차별을 그리되, 차별을 웅변하지 않는다. 백인 가정에서 불합리한 처사를 견뎌내야 하는 흑인 가정부들이 사랑 받지 못하는 백인 아이들을 진심으로 끌어안는 광경 속에서 느껴지는 건 흑백의 구분이 아닌 체온의 공감이다. 눈물샘보다도 마음을 울린다. 그리고 따뜻하게 끓는다. 유연하고 강인한 수작이다.
2011년 11월 7일 월요일 | 글_민용준 beyond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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