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작가 오가와 야요이의 동명만화를 영화화한 <너는 펫>의 가장 큰 무기는 캐릭터 설정에 있다. 젊은 남녀의 동거라고만 해도 자극적인데, 그 관계가 여주인과 남성 펫이라니.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신선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어떻게 영화적으로 풀어낼 것인지, 여기서 <너는 펫>의 숙제가 생긴다. 과제 해결을 위해 영화는 비주얼을 택한다. 캐릭터에 부합하는 이미지의 배우 김하늘과 장근석을 캐스팅, 여주인과 펫의 자리에 앉힌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기가 셀 것만 같은 여성을 유약해 보이는 남성이 살랑살랑 리드하는 구도 속에 밀어 넣는다. 영상 또한 뽀얗고 화사하다. 사람 이모티콘, 그리고 마치 유머 담당인 것 같은 은이의 친구들은 캐리와 친구들이 보여준 뉴욕식 브런치 문화로 화제를 낳기도 한 <섹스 앤 더 시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영화는 큰 얼개만 보면 로맨틱 코미디로서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너는 펫>은 이야기 전개에서 점수를 깎아먹는다. 영화는 인간 펫이라는 매력적인 소재와 고전적인 남녀 이미지의 전복이라는 설정을 맞물렸는데, 이런 식의 이미지 반전은 이미 구식이다. 매력적이지만 당최 말이 안 되는 설정을 설득하기 위해 곳곳에 판타지적인 영상을 배치한 것도 영 어색하다. 하나의 설정을 위해 또 다른 설정을 내세웠는데, 그게 설득이 안 되는 느낌이랄까. 애초에 논리를 왈가왈부할 수 없는 소재라 하더라도, 이야기가 나아가는 힘은 설득력이다. 독특한 소재를 무기로 기세 좋게 시작한 <너는 펫>. 현실과 판타지의 접점을 찾으려다 괴리감만 높아진 것 같아 아쉽다.
2011년 11월 4일 금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