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리어>의 재미는 대립하는 인물들이 핏줄로 묶여있다는 것, 그럼에도 개인성향과 전법 등 캐릭터 간에 선명한 차이를 보인다는데 있다. 의리와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는 토미는, 해병대 출신답게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터프한 파이터다. 그리고 가정을 위해 싸우는 물리교사 조엘은, 장기전에 강하며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하면 되게’ 만드는 집념의 파이터다.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이야기상의 반전이다. 게다가 관객에게 처음부터 그 정보를 주고, 인물이 그것을 언제 깨달을지 지켜보게 하는 양상이 일반적인 영화 속 반전 구도와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관객은 어느 인물에 감정이입을 해야 할지 좀 난감할지도 모른다. 둘 다 절박한 상황이며, 한 배에서 난 형제니까 말이다. 경기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토너먼트 체제가 좁혀질수록 지켜보는 이들의 초조함은 배가된다.
<워리어>는 드라마를 액션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영화가 빛나는 순간은 예상했던 대로 마지막 라운드다. 하이라이트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영화를 살리는 건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링 위의 대결을 벌이는 톰 하디와 조엘 에저튼은 스크린 밖에서 ‘번외 경기-연기대결 편’을 펼치는 양, 각자가 맡은 인물에 집중한다. 조엘은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토미에게 링 위에선 절대 어울리지 않는 말을 내뱉는다. 그것도 기술을 걸면서. 저돌적이던 동생은 형의 그 말 한마디에, 금세 순한 양이 되어버린다. 형제라는 운명으로 엮인 이들이기에 매듭이 풀어지자 자연스레 해묵은 갈증이 해소되는 것이다. 액션으로 치닫는가 싶던 영화는 이 지점에서 드라마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링 위에 한데 엉킨 형제 파이터의 땀내와 함께 휴머니즘이 가득 차오른다.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배우들의 연기내공이 살린 셈이다.
2011년 10월 31일 월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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