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스틸>의 시대적 배경은 (가까운) 미래다. 하지만 로봇 등장 씬 외에는 오히려 복고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허허벌판의 시골마을이나 카우보이모자를 쓴 찰리의 컨츄리풍 의상 등에서 그런 느낌이 묻어난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은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는 로봇과 부정(父情) 등 이질적인 요소를 한데 엮어 휴머니즘을 자아낸다. 휴머니즘을 이끄는 세 주역은 찰리와 맥스 그리고 ‘아톰’으로, 모두 버려진 존재들이다. 이들이 한 팀을 이루는 순간 셋은 저마다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찾으며, 드라마의 신호탄을 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자란 사실이 환기되는 부분이다.
영화 제목 <리얼 스틸>은 극 중 로봇복싱 프로경기의 타이틀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제일 센 놈, ‘진짜’ 철강이 누구인지 가려보잔 거다. 사람이 조종하는 로봇복싱이라니, SF 액션 장르에 걸맞는 매력적인 소재다. 한편, 로봇이 생각보다 유연하게 관객에게 다가오는 이유는, CG와 더불어 실제로 제작된 로봇 모형이 적절히 섞여 연출된 까닭이다. 극 말미, ‘아톰’의 승부를 위해 찰리는 복싱을 한다. 마치 실제 링 위의 복서가 된 것처럼 최선을 다하는 찰리의 모습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나를 위해 싸우는 아빠”의 모습을 원한 맥스와 늘 연인 찰리의 전성기가 재현되길 꿈꾼 베일리(에반젤린 릴리)의 바람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로봇)복싱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리얼 스틸>은 수시로 완급조절을 한다. 로봇복싱 액션은 영화의 잽이며, 찰리와 맥스의 드라마는 훅, ‘리얼 스틸’ 빅 매치는 펀치다. 그리고 일심동체가 된 것 같은 찰리와 ‘아톰’의 복싱 장면은 (좋은 의미에서) 관객의 녹다운을 노린 영화의 강펀치다. 아쉬운 건 하이라이트를 향해 치닫는 로봇복싱 경기의 라운드가 다소 싱겁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마치 피아노 악장에서 고음을 점점 세게 쳐서 느낌을 살려야하는 ‘크레센도’ 지점에서, 페달로 한 번에 ‘악센트’를 주는 느낌이다. 그러나 <리얼 스틸>은 12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즐기는데 무리 없이, 재미와 감동을 고루 주는 이야기다.
2011년 10월 7일 금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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