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은 두 인물의 심리전을 포석으로 삼아 서스펜스의 집을 지어내는 스릴러다. 이에 위태롭게 얹혀진 여인의 관능은 서스펜스를 강화시키려는, 그리고 보다 입체적인 관계를 구성해내기 위한 한 수다. 결국 중요한 건 두 인물이 밀고 당기며 벌이는 심리적 거리감의 구도인데, 그만큼 뚜렷한 정황에 대한 묘사와 그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제시돼야 의도를 관철할 수 있는 스릴러물이란 의미다. 모호하거나 애매한 느낌의 감지 뒤에는 확실한 실물의 제시가 뒤따라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스톤>은 은유적인 수사로만 치장된 듯한, 결과적으로 어떠한 실물이 쥐어지지 않는 스릴러물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두 인물의 관계는 선명하지만 그 선명한 관계의 긴장감이 좀처럼 전달되지 않는다. 원하는 것을 취하려는 자와 그 의도를 감지하려는 자 사이의 기싸움이 수면 위의 이미지로 설명될 뿐, 깊은 서스펜스의 밑바닥으로 관객을 끌어내리기에는 호흡이 얕다.
로버트 드니로와 에드워드 노튼은 그 인상만으로도 중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두 사람의 대립적인 이미지만으로도 <스톤>은 분명 뭔가가 있어 보이는 영화다. 그러나 끝내 그 있어 보이는 분위기 이상의 무언가를 증명하지 못한다. 메시지는 짐작이 간다. 프롤로그로부터 짐작되는 속내는 죄의식을 품은 자가 심판자의 위치를 취하고 있는 형태에 대한 문제제기로 읽힌다. 하지만 그 읽힌다라는 의미 이상의 공감을 부여하지 못한다. <스톤>은 자신이 취한 설정 이상의 깊이를 드러내지 못하는 범작이다. 선악의 경계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 같지만 모호한 선문답에 다다를 뿐, 그 고민에 관객을 동참시킬만한 자질을 얻지 못했다. 그저 물결처럼 상황이 흐르는 가운데서 바닥에 가라앉은 돌처럼 관객의 사고를 정지시킨다. 인상적인 출연진은 그만큼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지만 그 연기만으로 이 영화를 구원하기에는 너무도 버겁다. 그저 묵묵하게 감흥 없이 흐르는 사연의 끝에 무거운 공허함이 감상을 짓누르는 기분이다.
2011년 9월 30일 금요일 | 글_민용준 beyond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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