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안의 블루> <시월애> 등 다수의 작품에서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였던 이현승 감독. <푸른소금>은 그가 11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장편 영화다. 강산도 변할 만큼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감독의 영상미는 그대로다. 하늘과 바다의 푸른 빛깔이 넘실거리는 영상은 감독의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처음 접한 이들에게는 신선함을 줄 정도다. 두 시간동안 펼쳐지는 푸른 영상의 향연은 영화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영상의 매력을 따르지 못한다. 먼저 두헌과 세빈이 나누는 감정이 모호하다. 사랑이라 하기엔 뭔가 모자라고, 연민이라 하기엔 너무 과하다. 기자간담회에서 감독은 다양한 남녀 관계를 그리고 싶었다는 말로 연출의도를 밝혔지만, 정작 모호한 관계 속에 두 캐릭터는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 인물들의 감정 또한 직설화법이 아닌 은유적 대사로 표현하다보니 이들의 관계가 더욱더 명확해 지지 못한다. 여기에 느와르와 멜로 장르의 접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이야기의 힘이 한 번 더 꺾인다. 결국 아름다운 영상이 이야기를 잠식해 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다만 송강호의 연기는 영화의 소금 같은 존재로 각인된다. 때로는 이웃집 아저씨의 편안함이, 때로는 조직 보스의 아우라가 표출되며 다양한 연기를 보여준다. 세빈과의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이 확실하게 표현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지만, 여타 조연들과의 호흡은 잘 맞춰나간다. 특히 천정명과 나누는 코믹한 대화 장면은 유쾌한 재미를 준다. 송강호가 없었다면 소금기 없는 심심한 영화가 될 뻔했다.
2011년 8월 30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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