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3D 영화가 일반 영화보다 어두운 이유를 알아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영관에서 표준 밝기는 스크린 중심부를 기준으로 12~16 fL (Foot Lambert, 밝기 측정 단위)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상영관을 설계할 때, 스크린 중앙 밝기를 12~16 fL의 중간 값인 14fL에 맞춰 설치하는 게 이례적이다. 하지만 3D 영화는 다르다. 3D 영화는 좌/우 이미지를 교차시켜 입체영상을 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영사기 렌즈 앞에 편광 필터를 설치하고, 관람객 역시 편광안경을 착용한다. 이때 영화의 밝기는 편광 필터와 안경을 통과하면서 크게 감소하게 된다. 롯데시네마 경영지원팀 최묵 기술팀장은 “3D 상영 시 스크린 중앙의 표준 밝기는 3.5~5.5 fL로 규정하였고, 보통 4.5 fL에 맞추어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3D 영화가 일반 영화보다 어두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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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영화의 밝기는 영사기 안에서 필름을 비춰주는 램프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증명하듯이 지난 6월 마이클 베이 감독은 외신을 통해 “<트랜스포머 3>의 3D 영상을 제대로 구현되려면 리얼디 3D 영사시스템 램프 밝기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얼디 3D 영사시스템을 쓰고 있는 롯데시네마 최묵 팀장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말은 무조건 램프를 100%로 올리는 것이 아닌, 적합한 범위 내에서 최상의 화질이 구현되도록 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3D 영화가 영사시스템에서 잘 구현되는지 자체적으로 많은 점검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미의 일부 극장은 램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표준 밝기 이하로 상영하고 있는 일이 허다하다. 국내 국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3D 영화에 맞게 램프를 사용하는 극장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이에 대해 최묵 팀장은 “거의 모든 상영관은 2D와 3D를 교차 상영하고 있기 때문에 3D 영화에만 적합하게 램프를 사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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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3D 영화를 그나마 밝게 보여주는 건 아이맥스 3D다. 듀얼 램프 방식이라는 점에서 표준밝기가 일반 3D 디지털 영상기의 4.5 fL보다 높은 5.5fL로 설정되어있다. 하지만 아이맥스 상영관의 개수는 일반 상영관보다 적어 많은 관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한정적인 부분이 있다. 일반 3D 디지털 영사시스템에서 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영사기를 2대 사용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좌/우 영상의 포커스를 계속 유지해줘야 하고, 운영비용이 올라가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적다.
2011년에 개봉한 상반기 3D 영화들은 관객들의 사랑보다는 외면을 더 많이 받았다. 일반 영화보다 비싼 가격과함께 어두운 3D 영화를 편광 안경까지 쓰고 봐야 한다는 불편함이 낮은 흥행성적의 요인으로 작용됐다. 그러나 관객들을 3D 영화에 다시 관심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묵 기술 팀장은 “관객들이 불편 없이 3D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극장과 영사시스템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면서 “영사실 및 영화관 설비를 꾸준히 유지보수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전했다. 어두운 3D 영화를 밝힐 수 있는 건 관객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콘텐츠 양성과 그에 맞는 영사시스템이다. 이 두 가지가 동반 상승한다면 관객들은 어두운 3D 영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8월 26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