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은 폭탄을 배달해야 살 수 있는 퀵서비스맨이 주인공이다. 직업에 맞게 그가 모는 오토바이는 115분 동안 무한 질주 한다. 카체이스 액션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영화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쾌속 질주하는 오토바이의 속도감은 관객에게 액션 쾌감을 배달한다. 극중 액션 쾌감이 증대되는 이유 중 하나는 CG가 아닌 아날로그 액션을 지향했기 때문. 조범구 감독은 영화 초반부부터 연쇄 추돌 사고 장면으로 시작해 명동, 인천 공항 등 각종 추격 장면을 보여주며 눈을 즐겁게 한다. 그리고 30분마다 터지는 폭탄과 굉음은 영화의 박진감을 전한다. 그만큼 배우들과 스턴트맨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 감독은 엔딩 크레딧에 이들의 고생이 담긴 메이킹 필름을 보여주면서 아날로그 액션의 감흥을 더한다.
<퀵>은 액션의 강점이 있는 작품이지만, 액션만 놓고 봤을 때는 여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와 흡사하다. 하지만 감독은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자동차 파편이 나뒹구는 충돌 장면이나, 스피드가 살아있는 추격 장면 등 나름대로 새로운 액션의 변주를 이끌어낸다. 여기에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윤제균 스타일의 유머가 힘을 보탠다. 폭탄 헬멧 때문에 벌어지는 몸개그와 더불어 경상도 사투리는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사투리를 통해 묻어 나오는 코믹함은 액션이 난무하는 영화에서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오아시스의 발원지는 김인권이다. 영화에서 이민기가 액션을 책임진다면, 김인권은 웃음을 책임진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듯 기수를 추격하는데 매번 실패하거나, 생과 사를 넘나드는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연발하는 그는 영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화는 ‘달리고, 터지고, 웃기고’라는 나름대로의 공식을 꾸준히 이행하면서 오락영화로서의 쾌감을 충분히 보여준다. 다소 이야기의 짜임새가 헐겁지만, 액션과 유머가 그 빈공간을 채운다. 불볕더위에 극장으로 피서 온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청량감이 느껴질 작품이다.
2011년 7월 20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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