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에이트>에는 많은 선배 영화들의 환영이 어른거린다. <E.T>에 가장 큰 빚을 지고 있는 영화는, 아이들의 모험이라는 점에서 <구니스>를, 외계인을 대하는 따스한 시선에서는 <미지와의 조우>를 떠올리게 한다. 마음먹고 찾아보면, 더 나온다. 국가조직과 괴물의 관계에서 <디스트릭트 9>이 스쳐지나가고, 괴물이 납치한 사람들을 지하 동굴에 가둬놓는 부분에서는 (반갑게도)봉준호의 <괴물>이 포개진다. 112분 안에 그 많은 영화를 어떻게 다 집어넣을 수 있느냐고? 그래서 조잡해 보이진 않느냐고? J.J. 에이브람스는 <슈퍼 에이트> 필름 안에 엠블린 영화들의 환영을 되살려 낸다. 결코 조잡하지 않게.
<슈퍼 에이트>는 <클로버 필드>처럼 스타일과 형식을 내세우기보다, 추억의 영화들을 사이좋게 배열함으로서 708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다. 영화에 숨은 그림을 얼마나 찾아내느냐에 따라, 감흥의 크기는 달라진다. 워크맨, 슈퍼 8㎜ 카메라, 무전기들 역시 누군가에겐 아날로그의 갈증을 식혀줄 소품임이 분명하다. 스팟 영상 공개 때부터 궁금증을 자아낸 이 영화의 정체성은 괴수영화보다 가족영화에 가깝다. 블록버스터급 액션을 기대했을 관객으로서는 또 한 번 “낚였다”고 외칠 부분이다. 하지만 드라마, 코미디, 성장영화, 모험영화, 괴물영화를 조화롭게 비벼내는 솜씨는 J.J. 에이브람스의 재능이 비단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증명한다.
다만 (짜임새 있는 이야기에 비해)가족주의로 점철된 메시지는 아쉽다. 모든 결말의 끝에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그림은 이제 조금 심심하지 않나. 가족주의 애호가 스필버그의 영화라는 점에서 반감은 크지 않겠지만 (오히려 환영하는 이도 있겠지만)철 지난 가사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슈퍼 8㎜ 카메라보다, 소니 카메라에 더 친숙한 세대 그리고 그 이후 아이폰 터치 세대에게까지 이 영화의 정서가 유효할지도 두고 볼 부분이다.
2011년 6월 16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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