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헤어졌던 아버지와 딸의 만남. <회초리>는 이들의 만남을 웃음과 감동으로 엮어내려 한 작품이다. 영화 초반은 매번 다투기만 하는 두열과 송이의 신경전에 집중한다. 기상할 때부터 잠들 때까지 아등바등 싸우는 이들의 모습은 ‘톰과 제리’를 방불케 한다. 여기에 시트콤과 드라마에서 코믹연기를 보여줬던 안내상과 진지희의 호흡이 빛을 발한다.
하지만 초반 코믹한 장면은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영화는 부녀의 해후를 통해 슬픈 감정을 끌어올리려 주력한다. 서로 딸과 아버지라고 호칭을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그 지렛대 역할을 한다. 송이는 자신에게 욕설을 하고 냉대하게 대하는 두열을 차마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두열은 12년 동안 키워주지 못한 죄책감에 송이를 딸이라 부르지 못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전한다. 특히 딸에게 죄스러운 마음뿐인 두열이 송이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웃음으로 시작해 눈물로 마무리 짓는 <회초리>는 기존 가족영화와 큰 차별성은 없지만 무난히 즐길만하다. 그러나 과도하게 눈물을 짜내는 설정은 붉어졌던 눈시울을 다시 원상 복귀시킨다. 영화는 두열이 불치병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뻔한 공식을 답습하면서 고루한 눈물 보따리를 펼친다. 죽음만이 슬픈 감정을 고조시키는 특효약이 아님에도 이것을 남발하는 영화는 아쉬움을 남긴다.
2011년 5월 20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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