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명장 관우>는 관우가 가진 역사에서 정점을 찍는 에피소드 중 하나인 오관돌파가 기둥을 이룬다. 관우(견자단)는 하비성 전투 후 조조(장원)의 휘하에서 유비의 가족들과 함께 포로 신세가 된다. 조조는 관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 회유하지만 주군인 유비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다. 주군의 측실이 될 기란(손려)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관우는 그녀와 함께 유비에게 가기 위해 조조의 장수가 지키고 있는 5개의 관문을 돌파하기 시작한다.
우선 일반적인 삼국지에서 기대하는 치열한 지략과 인해전술에 가까운 전투 씬이 담기는 블록버스터 전쟁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삼국지: 명장 관우>를 두고 가장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현재 최고의 액션 배우라 인정받는 견자단이 휘두르는 청룡언월도 액션일 거다. 18Kg에 육박하는 육중한 무기를 휘두르는 액션 연기의 쾌감은 예상만큼 강렬하다. 하지만 재차 등장하는 액션 연작은 다양한 연출로 변주를 가하지만 피로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는 액션 씬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자연히 사그라진다. 한마디로 맥조휘, 장문강과 견자단, 지금 홍콩에서 주류라 할 수 있는 홍콩영화계의 대표자들이 만난 영화라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사면초가에 빠진 영화를 구원하는 것은 조조다. 현대에 와서 모사꾼으로 재해석 되고 있는 조조는 정밀한 세공으로 살아 숨쉰다. 배우 장원이 채색하는 캐릭터에 대한 내공도 한 몫 하지만 동시에 연출 자체도 무게 중심을 둔 흔적이 엿보인다. 이 천년 후 사람들이 평가를 내릴 거라는 생각 자체가 조조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는 것은 영화에 제 3자 전지적 작가 시점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관우를 향한 조조의 존경과 회유는 관우와 기란과의 로맨스를 무색하게 할 만큼 강렬하다.
맥조휘와 장문강은 <무간도>로 홍콩영화의 부활을 알린 ‘무간도 명콤비’지만, 관우와 조조, 두 남자의 관계학에 있어서는 평형을 이루지 못한다. 스스로 소인배라 말하는 조조가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의도한 연출의 선을 넘어서는 것처럼 보인다. 삼국지의 관우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서 중심이 된 견자단이 직접 연출자마저 교체하면서 직조한 관우의 삼국지도 결국 조조의 삼국지가 되어버린 형국이다. 견자단 개인의 날렵한 액션과 비장함이 연결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왕으로 출연한 왕백걸과 함께 작업했던 전작 <8인: 최후의 결사단>이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 심장을 뜨겁게 했던 것을 비춰보면 견자단의 관우는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진다. 청룡언월도 액션에 모든 것을 기대기에는 버겁다.
2011년 5월 17일 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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