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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한 각색은 박수를 받지만, 진부한 각색은 외면받습니다 (오락성 7 작품성 8)
제인 에어 | 2011년 4월 23일 토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벌써, 스물 두 번째다. 1914년 존 찰스, 어빙 커밍스 주연으로 첫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샤롯 브론테의 <제인에어>는 이후 21차례나 TV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각색된 버전도 여러 가지, 이를 만들어 낸 감독도 국경을 초월한다. 이 행렬에 가담해 <제인에어>에게 또 다른 성격을 부여한 이는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다. ‘그 동안 나온 <제인에어> 중 가장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말하듯, 그는 원작이 지닌 이야기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 순서를 바꾸고, 캐릭터를 변주하고, 분위기 변화를 꽤함으로서 기존 각색물과는 다른, 캐리 후쿠나가만의 <제인에어>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고아로 태어나 갖은 구박을 받으며 자란 아이는 상처를 받고 소심해지거나, 반대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며 더 단단해진다. 빅토리아 시대의 제인 에어가 시대를 초월하며 조명 받는 건, 그녀의 천성이 후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자신을 학대하는 숙모 밑에서 자란 제인에어(미아 와시코브스카)는 기숙학교로 들어가 교양을 쌓는다. 이후 손필드 저택의 가정교사로 들어 간 그녀는 주인 로체스터(마이클 파스밴더)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로체스터의 숨겨진 과거가 두 사람의 사랑을 흔든다.

시작은 흡사 ‘폭풍의 언덕’이다. 습기 머금은 회색빛 하늘, 황량한 바람, 끝 모르게 펼쳐진 평원 한 가운데에서 오열하는 한 여인이 있다. 제인에어다. 영화는 로체스터로부터 도망쳐 나온 제인어에의 절망의 순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를 빌어 과거로 시간을 돌린다. ‘제인에어의 불우한 어린 시절’, ‘제인에어와 로체스터의 만남과 사랑 이별’, ‘손필드 저택에서 탈출한 제인에어의 새로운 삶’으로 이야기가 크게 나뉘어있는 원본 텍스트를 떠올릴 때, 이러한 액자 형식은 이야기 전체를 매끄럽게 봉합하는데 주효한 역할을 한다. 방대한 소설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지나친 생략의 함정도 이를 통해 명민하게 대처한 느낌이다. 템포를 늦춰야 할 때와 올려야 할 때를 효율적으로 계산한 운용의 묘가 돋보인다.

다소 어둡고 음산한 고딕풍의 이야기로 기억되는 ‘제인어에’에 파스텔 톤의 온화한 풍광을 덧댄 것도 이 영화의 특색이다. 따스한 자연광을 배경으로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제인에어와 로체스터의 모습은 흡사 낭만파 연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다리오 마리아넬리의 음악이 (이야기에 비해) 지나치게 신파적이지 않나 하는 느낌은 있지만, ‘제인에어’가 연애소설의 범주에 있는 작품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이 정도면, 캐리 후쿠나가의 <제인에어>는 꽤나 근사한 각색물이다.

2011년 4월 23일 토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에도 캐스팅 된, 미아 와시코브스카의 당찬 연기
-될 성 부른 잎은 떡잎부터 알아본다! 캐리 후쿠나가를 주목
-고전을 책으로 읽는 게, 지루하다면.
-‘선택과 집중’ 묘가 발휘된 각색
-<빌리 엘리어트>의 제이미 벨, 언제 이렇게 컸누. 그의 매력을 느낄 시간이 너무 짧다.
1 )
adew82
원작의 매력을 얼마나 잘 살렸을지^^ 꼭 봐야겠어요!   
2011-04-2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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