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수상작. <킹스 스피치>를 바라보는데, 이 휘황찬란한 수식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휴먼스토리에 실존 인물, 그리고 시대극까지 아카데미가 선호하는 3박자를 온몸에 새기고 있기는 <킹스 스피치>는 그 기대를 크게 배반하지는 않는다. 다만 (두 가지 의미에서) 너무 ‘아카데미적’이라 혁신감이 떨어질 뿐이다. 하지만 소통과 치유, 좌절과 콤플렉스 극복이라는 전형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특유의 리듬감과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 진부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가 될법도 하지만 주인공의 섬세한 심리변화와 시의적절한 유머를 통해 구원받는다. 물론 콜린 퍼스의 연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콜린 퍼스는 소심했던 말더듬이 남자가 왕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맞춤복처럼 멋들어지게 소화해 낸다.
사실, 영국 국민이 아닌 이상 <킹스 스피치>의 감동을 온전히 느끼기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뭉클함을 발견한다면, 이는 왕이기 이전에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안고 살았던 ‘한 남자’의 고민이 효과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번번한 대학 졸업장 없이도 당당했던 ‘또 다른 남자’의 용기가 위안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불어 조지 6세와 라이오넬 로그의 관계는 최근 대중문화에 불고 있는 ‘멘토’ 바람과 맞물려 시의적절한 흥미를 유발한다. 만약 라이오넬 로그가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의 멘토 김태원이었다면, 멘티인 조지 6세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말은 기술이 아닌, 마음이 먼저”라고.
2011년 3월 16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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