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대전으로 황폐해진 1940년대 유럽, 소련은 주변 국가를 하나 둘씩 집어삼키고, 공산주의에 반하는 정치범과 범죄자들을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 ‘캠프105’에 집어넣는다. 정치범으로 끌려온 폴란드인 야누스(짐 스터져스)는 추위와 배고픔에 고통을 받고 있다. 결국 탈출을 결심 그는 역시 자유에 목마른 동료 수감자 스미스(에드 해리스), 발카 (콜린 파렐) 등 6명과 함께 도주를 감행한다. 여기에 전쟁고아 이레나(시얼샤 로넌)가 합류하면서, 이들은 살이 찢길 것 같은 매서운 추위와 목이 타들어가는 폭염을 견디며 자유를 향한 끝없는 행진을 계속한다.
<웨이 백>은 동명소설의 실제 주인공 슬라보미르 라비치가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 시베리아에서 인도까지 장장 6,500km를 걸었던 실화를 재구성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 <트루먼 쇼>의 피터 위어 감독은 이전 작품처럼 이야기의 중점을 인물에 두지 않고, 거대한 자연과 인간의 처절한 싸움에 집중한다. 1300km나 되는 시베리아의 거대한 자연은 그들에게 울타리가 보이지 않는 감옥이다. 시베리아뿐인가. 끝없이 펼쳐진 고비 사막도 그들에겐 생지옥과 같다. 이렇듯 대자연은 매력적인 악역을 자처하며 주인공들을 생과 사의 갈림길로 몰아간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제작에 참여, 불가리아, 모로코, 인도 등을 실감나게 잡아낸 영상은 이 영화의 백미다. 사람들을 잔인하게 몰아치는 추위와 폭염은 보기만 해도 삶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할 정도다. 하지만 전형적인 휴먼드라마의 길을 하염없이 걷기만 하는 <웨이 백>은 이야기 면에서 흡입력이 떨어진다. 자연과 인간의 싸움이 집중된 영화지만, 이에 반해 인물들의 갈등 구조가 밋밋하다. 냉철한 판단력의 스미스와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발칸의 대립이 존재하지만, 거대한 자연의 영향력 앞에 묻혀버린다. 피터 위어 감독을 좋아하는 관객들의 뇌리에 깊게 남을 수작은 아니다.
2011년 3월 15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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