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적 연출을 시도하면서도 직관적인 시선과 냉소적인 위트로 세상을 관조하는 코엔 형제의 세계관은 <더 브레이브>에서도 유효하다. 낭만주의 웨스턴과 수정주의 웨스턴의 길목에 위치한 원작의 관점은 사실적인 관점과 냉소적인 위트로서 현상을 직시하는 코엔 형제의 시선을 통해 또 한번 새롭게 거듭났다. 소품에 가까운, 우스꽝스러운 블랙코미디의 연출가로서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코엔 형제는 <파고>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같이 냉정한 태도로 세상을 직관해내는 스릴러물을 통해 품격 있는 걸작들을 만들어 내곤 했다. 물론 <더 브레이브>가 코엔 형제가 만들어낸 필모그래피 속에서 상대적으로 걸작의 반열에 들만한 작품이라 평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코엔 형제의 냉소적인 시선이 견지된 <더 브레이브>는 코엔 형제라는 이름 안에서 가능한 영화적 품위가 담긴 작품 가운데 하나로서 기억될만한 작품이다.
웨스턴 복수극이라는 평면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으나 <더 브레이브>는 그 사건 속에 놓인 인물들의 입체적인 성격을 통해 극적 전개에 대한 흥미를 높인다. 서술자의 위치에 놓인 인물이자 사건의 기준이 되는 매티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다부진 면모를 드러내며 이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자아낸다. 동시에 나태하고 독설적이지만 정의적인 위엄을 지닌 카그번과 소심하고 융통성이 부족하나 인정이 깊은 라 뷔프의 동행은 다양한 갈등과 충돌을 빚으며 평면적인 극의 흐름에 흥미로운 에너지를 부여한다. 서부 개척 시대 웨스턴의 풍경을 넓게 조망하면서도 인물들의 성격을 세심하게 조명하는 <더 브레이브>는 세계관의 너른 풍경 속에서 깊은 인간적 체온을 발췌해낸다. 포티스의 원작이나 해서웨이의 <진정한 용기>를 접한 이들에게도 영화의 이런 입체적인 면모는 흥미를 끌만한 대목임에 틀림없다. 리메이크와 소설의 영화화라는 형식적 의미를 뛰어넘는 영화적 성취이자 또 한편으로는 그런 의미를 보다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코엔 형제의 장인적인 면모에 대한 재확인으로서도 깊은 의미를 지닌다. 또한 해서웨이의 영화가 훼손시킨 포티스의 원작이 지닌 세계관을 복원해낸 결과물이란 점에서도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더 브레이브>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총망라된 동시에 그들의 빼어난 연기가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루는 작품이란 점에서 감탄을 부르는 영화다. 똑똑하고 야무진 매티 로스를 연기하는 헤일리 스타인펠드는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가장 이상적인 캐스팅에 가깝다. 소심하면서도 강직한 성품을 지닌 라 뷔프는 맷 데이먼이 연기한 지난 캐릭터들의 연장선에 놓여 있으나 보다 능숙한 연기적 방식으로서 극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제프 브리지스의 연기는 <더 브레이브>의 완성도에 일조한 하나의 영화적 특성이라고 평해도 손색이 없다. 존 웨인의 말쑥함과 달리 지저분한 행색의 제프 브리지스는 극적인 사실성을 더하는 동시에 보다 중후한 위엄을 갖추며 영화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데 혁혁한 공헌을 해낸다. <더 브레이브>가 코엔 형제의 영화가 아닌 제프 브리지스의 영화로 불려진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악인은 쫓아오는 자가 없어도 도망한다.” 잠언 28장 1절을 인용하며 시작되는 이 영화는 극의 마무리까지, 중후한 세계관의 중량감을 유지하면서도 감각적인 리듬감을 통해 신을 열고 닫으며 극적인 흥미를 자아내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 나간다. <더 브레이브>는 이미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은 코엔 형제가 일정한 영화적 성취를 완수해내는 장인의 궤도로 들어섰음을 확신하게 만드는 인장과 같다. 동시에 이 작품은 역시 장인이라 불려도 좋을 명배우의 중대한 일조를 통해 빚어낸 웨스턴의 위엄이란 점에서 보다 고무적이다.
2011년 2월 22일 화요일 | 글_민용준 beyond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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