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해리스(리암 니슨)는 자신의 부인 리즈(재뉴어리 존스)와 함께 베를린으로 출장을 간다. 베를린에 도착한 그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72시간 만에 깨어난다. 이후 가물가물하던 기억이 점차 되돌아 온 마틴은 자신이 학회 연설 때문에 베를린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급히 퇴원한 그는 리즈를 만나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심지어 아내 옆에 자기 행세를 하고 다니는 남자가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괴한의 습격까지 받은 마틴. 그는 사립 탐정 요르겐(브루노 간츠)과 사고 당시 택시를 운전했던 지나(다이앤 크루거)의 도움으로 숨겨진 진실을 찾아 나선다.
<언노운>은 마틴에게 일어나는 의문의 일들과 그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교통사고로 인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겨 버린 주인공이 진실을 규명하는 이야기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과 그 뒤에 감춰진 음모는 계속해서 영화를 지켜보게 하는 재미를 준다. 여기에 제작사측이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던 반전은 영화의 궁금증을 한 번에 풀어주는 동시에 스릴러의 느낌을 한 층 돋보이게 한다.
영화의 주된 줄거리는 ‘본’ 시리즈와 비슷하다. 감독은 이야기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자신의 주특기인 호러영화의 공포적인 분위기를 삽입한다. 마틴 조차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며 고뇌하는 장면은 어두운 영상 톤으로 구현되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한 점점 혼란스러운 일을 겪으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마틴을 통해 아무도 모르게 없어진다는 두려움의 공포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리암 니슨이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테이큰>을 통해 뒤 늦게 액션 배우로 등극한 리암 니슨은 그 여새를 몰아 <타이탄> <A-특공대> 등 다수의 액션 영화에 출연했다. 이번 영화를 기대하는 대다수의 관객들은 그의 액션을 보기 위해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기대감을 충족시킬만한 액션을 나오지 않는다. 카 체이싱 장면과 육탄전이 나오긴 하지만, 인상을 남기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Who am I”를 외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최근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에 출연했던 브루노 간츠와 <프로스트 VS 닉슨>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프랭크 란젤라의 무게감 있는 연기 역시 극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기존 액션 스릴러와 차별화 되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 감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뇌리에 남을 만한 장면과 이야기는 많지 않다. 초반 공포적인 분위기는 인상적이지만, 이후 등장하는 특색 없는 액션들에 그마저도 퇴색돼 버린다. <언노운>은 최근 액션 스릴러의 경향에 맞게 ‘본’ 시리즈의 장점은 취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매력이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본’ 시리즈를 재구성했다는 오명을 벗어나긴 힘들 것 같다.
2011년 2월 15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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