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조선에 새로운 개혁바람이 불었던 정조 16년, 임금의 눈을 피해 공납비리를 저지르는 관료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정조는 다소 엉뚱하지만 명석한 두뇌로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 김진(김명민)에게 공납비리사건을 맡긴다. 탐문수사를 하던 중 그는 개장수 서필(오달수)의 목숨을 살려주게 되고, 그게 인연이 되어 서필과 함께 사건의 결정적 단서인 각시투구꽃을 찾아 적성으로 내려간다. 한편, 자객들은 그들의 목숨을 노리고, 이를 알 리 없는 김진과 서필은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한객주(한지민)를 만난다.
찾을 탐(探), 바를 정(正). 올바름을 밝혀낸다는 의미의 탐정은 언제나 의문에 가려진 사건을 해결한다. 헌데 <조선명탐정>의 김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탐정 캐릭터와 조금 다르다. 겉은 멀쩡하지만 매번 사고를 일으키는 인물. 양반의 체면을 운운하면서도 위기의 순간에 36계 줄행랑을 치기 일쑤고, 손자병법이 최고의 책이라 말하면서도 야설책을 항상 품에 갖고 다니는 그는 2% 부족한 탐정이다. 하지만 이런 그의 모습은 은근한 매력을 풍긴다. 과연 김진이 미궁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점은 오히려 명석한 두뇌로 범인을 잡는 그의 추리력을 한껏 돋보이게 한다. 여기에 셜록 홈즈의 조력자 왓슨 박사처럼 김진을 도와주는 서필 또한 콤비를 이뤄 추리극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두 캐릭터를 보는 재미와 더불어 공납비리사건과 각시투구꽃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는 추리극이 한 축을 담당한다. 김탁환의 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의문의 자살을 한 열녀와 큰 상단을 책임지고 있는 한객주의 비밀이 중심이다. 김진의 입에서 “완전 예쁘십니다”를 연발하게 한 팜므파탈 한객주와 노비들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다 죽음을 맞이한 열녀는 묘한 연결성을 이루며, 추리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물론 이야기의 포문은 공납비리사건으로 시작되지만, 유교사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여성의 삶이 주요 소재다. 또한 모든 이들이 평등해지는 걸 추구했던 천주교를 박해했던 사실을 첨가해 추리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영화의 8할을 차지하는 김명민과 오달수의 연기는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 콧수염만 봐도 익살스럽게 생긴 김명민은 특유의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던져 버리고, 코믹 연기를 마음껏 펼친다. 사건을 조사하던 중 갑자기 ‘찌찌뽕’을 외치고, 음흉한 눈빛과 함께 야설을 미끼로 감옥에서 탈출하려 하거나, 엿장수나 여자로 변장하는 등 다양한 코믹 연기를 보여준다. 오달수는 특유의 감초 연기로 김명민의 코믹한 모습을 다채롭게 꾸며준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인 한지민은 이전의 귀엽고 단아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의상과 분장, 그리고 대사톤으로 카리스마 있는 섹시함을 과시한다.
캐릭터만 가지고 봤을 때 <조선명탐정>은 보는 재미가 넘치는 영화다. 뛰고, 구르고, 서로 싸우다가도 사건을 해결하는 김진과 서필의 캐릭터는 매력이 다분하다. 이렇듯 시리즈를 염두하고 만든 영화는 앞으로 관객을 계속 만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야기다. 매력적인 캐릭터와는 달리 이야기의 얼개는 너무 엉성하다. 공납비리와 열녀, 그리고 의문점으로 가득한 한객주 등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설정한 소재들은 그 비밀을 예측 가능하기 쉽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사건의 내막을 일일이 설명하려는 이야기 구도는 흡입력을 떨어뜨린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캐릭터와 이야기의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
2011년 1월 21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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