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배우들이 모니터를 보는 사이, 현장은 또 다른 촬영준비로 바빴다. 샤워부스를 개조해 만든 타임머신을 재정비한 스탭들은 아까 문제가 됐던 드라이아이스의 양을 조절했다. 더불어 실험실로 꾸민 세트장의 소품을 정리했다. 이 시간 동안 가장 바쁜 건 촬영팀. 영화는 3D 입체카메라로 촬영을 하기 때문에 촬영팀은 바쁘게 움직였다. 촬영에는 자체적으로 3D 입체영상을 제작하고 있는 CJ 파워캐스트의 카메라가 사용됐다. 이 카메라는 <아바타>에서 사용한 SONY HDC T-1500. 여기에 씨네줌렌즈, 올해 열린 남아공월드컵에서 주요하게 쓰인 3Ality의 리그(두 대의 카메라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장치로 입체영상 촬영의 기본이 되는 장비)를 사용해 촬영했다. 한정된 공간이라서 카메라의 이동은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입체감을 드러내기 위해 인물간의 거리와 인물과 타임머신간의 거리를 계속해서 확인했다.
3D 입체영화는 스테레오그래퍼의 역할이 중요하다. 감독과 촬영감독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는 스테레오그래퍼는 촬영때마다 입체감이 잘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수정한다. 3D 입체영화는 입체감을 구현하기 때문에 일반 영화보다 작업속도가 느린 편이다. 하지만 이번 촬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최양현 스테레오그래퍼는 “영화를 기획할 때부터 참여해 사전에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콘티 작업 때는 입체감을 잘 표현할 수 있는지 회의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시나리오 작업도 함께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한 스테레오그래퍼는 영화를 촬영하기 전 시각화는 물론 시나리오도 3D 입체영화에 맞게 진행되는지 점검도 하고, 촬영 때도 많은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그래야 높은 퀄리티의 3D 입체영화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27년 후>는 오는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CGV 프라임 신도림과 CGV 구로에서 열리는 제2회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 ‘3D익스트림숏’ 부문에서 상영된다. 이도영 감독의 <햄스터>, 김홍익 감독의 <수배전단>과 함께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 사전제작지원 작품으로 선정된 <27년 후>는 5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다양한 3D 입체효과를 구현해야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하지만 국내 3D 입체영화 제작 현주소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둘 수 있다. 계속해서 이런 노력이 더해진다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국내 3D 입체영화와의 만남은 시간문제다.
어떻게 해서 이번 작품을 연출하게 됐나?
작년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에 <27일 후>라는 단편영화를 상영했었는데, 그게 인연이 돼서 이번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에 연출을 맡은 <27년 후>는 3D 입체영화다. 새로운 작업이라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예전부터 3D 입체영화에 대한 관심은 많이 있었다. 3D 입체영화도 많이 보고, 현재 이 분야에 관련된 공부도 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촬영을 해보니 어려운 점이 많더라.(웃음) 단순히 2D 영화를 찍는 게 아니고 입체감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3D 입체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많이 힘들다.
3D 입체촬영이라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촬영속도가 빠르다.
그게 다 분업이 잘 돼서 그렇다. 일단 3D 입체 단편영화를 연출한다고 결정한 뒤 SF 장르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5분이란 한정된 시간이라 시나리오를 한 장 밖에 쓰지 않았다.(웃음) 그 이후 콘티 작업을 하고, 3D 입체 효과 영상에 대해 스테레오그래퍼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 미리 의견을 조율한 후 촬영을 하니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빠르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본다.
3D 입체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건 무엇인가?
<아바타>를 보면서 관객이 영화 안에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는 걸 알았다. 3D 입체영화라고 해서 단순히 뭔가 튀어나오고 관객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3D 입체영화는 관객들에게 실제 주인공과 함께 체험한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또한 더욱 중요한 건 스토리텔링이다. 3D 입체영화를 떠나 이야기가 재미있다면 관객들은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7년 후>는 3D 입체카메라로 촬영하지만 이와 반대로 2D 영화를 컨버팅해서 3D 입체영화로 개봉하는 작품이 많다. 실제 컨버팅 작업으로 만든 3D 입체영화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컨버팅 작업은 잘만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3D 입체카메라로 촬영하면 좋은 퀄리티의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다. 문제는 제작비다. 3D 입체카메라로 촬영하면 제작비가 많이 든다. 일단 3D 입체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부분적으로 컨버팅 작업을 해서 3D 입체영화를 만든다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앞으로 3D 입체영화의 발전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기술은 점점 좋아지고 있고, 노하우도 점점 쌓여가고 있다. 여기에 좋은 스토리텔링이 첨가 된다면 더 재미있는 3D 입체영화가 나올 것이다. 현재 다음 장편으로 3D 입체영화를 준비 중에 있다. 다음에는 좋은 퀄리티의 3D 입체영화를 들고 나오겠다.(웃음)
2010년 10월 26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0년 10월 26일 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