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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와 멜로가 만들어낸 구수한 된장맛 (오락성 6 작품성 6)
된장 | 2010년 10월 19일 화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우리나라 음식은 만드는 사람의 손맛에 좌지우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똑같은 재료와 레시피를 갖고도 만드는 사람마다 음식 맛이 다른 것은 손맛 때문이다. 아무리 자신의 아내가 최고의 요리사라 하더라도 어머니의 손으로 직접 만든 된장찌개의 맛을 따라갈 수 없는 것처럼 손맛은 눈에 보이지 않는 최고의 재료다. 제목부터 친근한 <된장>은 단순히 최고의 된장을 찾아 떠나는 식도락 영화가 아니다. 그 대신 한 번 맛을 보면 잊을 수 없는 된장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특종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취재하는 PD 최유진(류승룡). 어느날 그는 자신의 후배에게 희대의 살인마를 잡게 된 이유가 다름 아닌 된장찌개였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유진은 살인마의 오감을 사로잡은 된장찌개의 실체를 찾기 위해 취재를 시작한다.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날 된장찌개를 끓였던 장혜진(이요원)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유진은 그녀를 찾기 위해 수소문하던 중 의문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말과 함께 그녀의 숨겨진 러브스토리를 듣게 된다.

영화의 제목만 들으면 곧바로 음식영화가 떠오른다. 음식을 소재로 한 만화처럼 맛있게 된장찌개를 먹는 장면이나 갖가지 재료를 찾기 위해 한국의 아름다운 곳을 보여주는 등 <된장>은 겉만 보면 <식객>과 비슷하다. 그러나 일단 영화의 뚜껑을 열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된장>의 초반부는 된장의 진실을 찾는 미스터리 구조로 되어있다. 희대의 살인마 검거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은 저마다 그때 된장의 기막힌 맛을 기억해낸다. 침이 고이고, 먹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 문제의 된장찌개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열쇠다. 영화는 그 열쇠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할애한다. 살인마를 검거한 담당형사부터 수감된 교도소 동료, 된장찌개를 먹었던 식당 등 영화는 유진을 통해 그들의 진술을 듣는다. 또한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오로지 진실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유진은 미스터리 장르의 재미를 전한다.

영화의 스토리는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과 비슷하게 전개된다. <시민 케인>에서 노년의 케인이 죽기 전에 말한 ‘로즈버드’의 실체를 찾는 것처럼, <된장>도 사형을 앞둔 사형수의 마지막 말인 ‘된장찌개’의 실체를 찾는다. 영화의 초반부와 이야기의 전개부분이 <시민 케인>과 흡사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미스터리를 잠시 거두고 멜로로 전환한다. 바로 장혜진의 러브스토리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음식을 해주는 아내의 손맛,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는 엄마의 손맛처럼, 사랑에 빠진 혜진의 손에서 탄생한 된장은 그 자체가 사랑의 결정체다.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눈물로 지센 이별의 순간이 그 결정체를 단단하게 만든다.

이처럼 영화는 미스터리 장르로 문을 열지만, 한 연인의 아름다운 사랑과 안타까운 이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안재욱, 이지은 주연의 <러브 러브> 이후 12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이서군 감독은 진부하지만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순수한 사랑과 이별을 보여준다. 자칫 새로울 것 없는 영화를 맛깔스럽게 만드는 역할은 류승룡의 연기다. 관객과 함께 된장의 진실을 밝혀나가는 그는 영화의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진실을 찾기 위해 몸 개그도 서슴지 않는 그의 모습은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진지한 표정에서 가끔씩 정적을 깨는 귀여운 모습들로 코믹함을 전한다. 분량은 다소 적지만 이요원과 그가 사랑하는 남자 현수 역을 맡은 이동욱은 과하지 않은 연기로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한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중반부를 기준으로 미스터리와 멜로 요소가 각기 따로 진행되는 탓에 연결성의 문제가 드러난다. 마치 한 그릇에 서로 다른 음식이 담겨져 있는 것 같은 이질감은 무시할 수 없다. 영화는 후반부 러브스토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나머지 팽팽했던 긴장감이 사라지고 점점 느슨해진다. 다만 마지막 부분에서 된장을 만드는 방법을 나열하는 류승룡의 진정성 있는 내레이션은 진부한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을 얼마만큼 요동치게 만드는지 새삼 일깨워준다.

2010년 10월 19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왜 제목이 <된장>일까 궁금하신 분들, 두 눈으로 확인하세요!
-된장에 이런 재료와 노력이 들어가는 줄은 몰랐네.
-류승룡의 귀요미 연기에 웃음꽃이 활짝.
-미스터리와 멜로의 요소가 잘 혼합되지 못한다.
-이요원이 주인공인줄 알았는데, 너무 짧게 나온다.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 진부해! 진부해!
2 )
cheken
장진감독이 제작자인데..과연   
2010-10-22 00:45
lolekve
된장이라는 소재가 너무 독특해서... 정말 궁금했었어요~~~~
평가는 생각보다 쫌 아쉽네요~ 아직 영화는 못봤지만.. 직접 봐봐야 겠어요~   
2010-10-1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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