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블렛>은 어린 아들을 승용차에 태우고 도로를 달리는 주인공의 행복한 표정에서 시작한다. 평온해 보이는 부자의 모습 뒤로 흐르는 건, 웅장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운 느낌의 오페라 음악이다. 뭔가 굉장히 이질적이다. 화면에서 감지되는 팽팽한 긴장감이 상당하다. 그리고 이 행복이 깨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 복면을 쓰고 나타난 남자들이 (아들을 내려 주고, 지하주차장에 도착한)주인공을 향해 총을 난사하며 예감을 적중시킨다. 탕, 탕탕, 타당탕. 정면에서 날아든 총알들이 주인공의 온몸 구석구석에 박힌다. 피가 튀고, 살점이 뜯겨져 나간다. 그 와중에 여전히 깔리는 웅장한 오페라 음악. 카메라가 쓰러지는 주인공을 슬로우 모션으로 느릿하게 잡아내며 영화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린다.
오프닝만 놓고 봤을 때, <22블렛>은 연말 영화 총결산에서 기억되고 거론될 만한 영화다. 느와르 영화 특유의 긴장감, 인상적인 비주얼, 심장을 뛰게 하는 음악 등 딱히 흠집을 게 없는 멋진 오프닝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작품은 오프닝이 아닌, 전체로 평가받는다. 오프닝에서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한껏 고무 시킨 <22블렛>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밑천을 드러낸다. <22블렛>은 굉장히 새로워 보이려 하지만, 뼛속까지 새롭진 못한 작품이다.
영화는 <대부>로 대표되는 마피아 영화들의 가족주의와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과격함, 프랑스 영화 특유의 건조함들을 적당히 취하고, 적당히 버린다. 그 결과 오프닝 외에는 <22블렛>만의 개성이라 칭할 게 딱히 없다. 마피아에게 남편을 잃은 동병상련의 여자 형사가 도움을 준다는 설정도 철지난 유행가 가사처럼 너무 빤하다. <그랑블루> <레옹>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 준 장 르노와 뤽 베송이 다시 만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게 분명하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기에 <22블렛>은 다소 맥 빠지는 합작품이다.
2010년 10월 12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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