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강>이 표방하는 장르는 스릴러다. 영화는 총 세 번의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다. 명희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스릴러의 느낌을 충분히 드러낸다. 또한 누가 명희를 죽였는지, 승호와 동식의 내기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유발한다. 하지만 영화는 스릴러라는 형식만 빌렸지 그것을 끝까지 밀고나가지 않는다. 감독은 두 남자의 이야기에 중점을 둔다. 영화는 우정을 나눈 두 친구가 세 번의 살인사건으로 인해 점점 멀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명희의 죽음으로 시작된 둘의 오해와 불신은 동식의 형과 누나의 죽음으로 점점 쌓여만 가고, 결국 서로 칼을 들이밀게 된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서로를 증오하는 이들의 운명은 얽혀있는 실타래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러나 감독의 욕심이 컸던 것일까? 영화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여주기에도 짧은 러닝타임에 군사정권, IMF 등 한국 현대사를 조망하며 중심축이 흔들린다. 만약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한국 현대사를 삽입했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미비하다. 주요 살인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화성 연쇄 살인 사건, 동두천 미군 상대 윤락녀 피살사건 등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사용했지만 다른 사건으로 대체해도 무난할 정도로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감독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쳐버렸다. 영화의 짧은 러닝타임안에 한국 현대사와 두 남자의 인생을 모두 담기에는 힘이 부친다. 약 20년이란 세월을 단편적으로 다루다보니 이야기의 연결성이 매끄럽지 못하고 겉돈다. <살인의 강>은 영화보다 드라마가 더 어울리는 이야기다.
2010년 9월 27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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