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여자>는 대학 졸업 후 귀농해 살고 있는 소희주, 변은주, 강선희 세 대학 동창의 삶을 따라간다. 2005년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위한 홍콩 원정투쟁에 영상단으로 갔다가 이 세 여성을 만난 권우정 감독은 그녀들의 농촌 생활을 1년 반 동안 밀착 취재했다. 농촌 생활 어느덧 10여년. 어설픈 농사 실력으로 우여곡절을 많았던 소희주씨는 소 열 마리를 키우는 베테랑 농사꾼이 됐다. 농사 뿐 아니라 농민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그녀는 “농사를 통해서 얻어지는 관계들이 너무 좋아 이 일을 포기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합천군 여성농업인센터 사무국장이기도 한 강선희씨는 경남지역 곳곳에서 어린이 공부방을 운영한다. 남편과 사별 후, 멀어진 시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살아지는’ 피동의 삶이 아닌, ‘살아가는’ 능동의 삶 속에서 그녀는 농촌의 미래를 본다. 순진한 여고생 시절, ‘장가 못 간 농촌 총각 자살!’이라는 뉴스를 접하면서 농촌 총각과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다던 변은주씨의 긍정적 에너지 역시 앞선 두 여자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자신을 압박하는 가부장적인 농촌의 분위기 속에서도 그녀는 사회복지사의 꿈을 놓지 않고 매진한다. 이처럼 <땅의 여자>는 한 가정의 며느리로, 엄마로, 아내로, 운동가로 그리고 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땅 위에 꿋꿋하게 선, 생명력 강한 그녀들의 모습을 (농약 뿌리지 않은)유기농 채소마냥 소박하게 담아낸다.
<땅의 여자>는 적나라한 부부싸움에서부터 시부모와의 갈등, 가부장적인 마을 어른들과의 대립, 남편과의 사별 등 생의 희노애락을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게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다. 이는 카메라 이전에 괭이부터 들었던, 즉 농촌의 삶을 먼저 체험하며 그네들의 삶을 이해하고자 했던 감독의 경험이 큰 밑거름이 됐다. 이심전심이었을까. 감독의 오랜 노력과 세 여인의 씩씩한 삶의 의지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다큐 부문 최우수상을 시작으로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등 국내외 영화제 안팎에서 화답 받았다. 더불어 귀농을 희망하고, 농촌의 현실에 무지했던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던졌다.
2010년 9월 9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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