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농촌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색다른 풍경과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며, 농촌에 대한 애정이 깊어 갔지만 농촌이 처한 쇠락한 현실과 도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했다. 그 넓고도 깊은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혀보고자 권우정 감독은 지난 10년간 카메라를 들고 충청도와 경상도 등 전국 곳곳을 누벼왔다. 이러한 노력들이 의미있는 결실로 맺어진 <땅의 여자>.
촬영보다는 호미질이, 편집보다는 토마토 따기가 즐겁다는 천상 농촌 체질이기도 한 그녀, 농촌 생활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며 이제 왠만한 작업들은 혼자서도 척척이다. 뿐만 아니라 전작 <농가일기>를 통해서는 충청도 사투리를 마스터 하더니, 이젠 경상도 사투리에 푹 빠져 자기도 모르게 ‘맞나’, ‘아이다’, ‘뭐꼬’ 세 마디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 그러는 사이 ‘농촌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낙인 찍혀 부담감 팍팍 늘고 있다며 엄살을 피우기도 하지만, 언니들이 챙겨주는 새참 맛을 못 잊어서라도 당분간은 농촌에서의 작업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어쩌면 ‘사는 곳’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 곳이 도시든, 농촌이든 우리 모두는 각자 주어진 삶 속에서 행복을 꿈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땅의 여자>가 더욱 값진 이유는 ‘여성 농민’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결국은 힘겨운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응원가’가 되었기 때문은 아닐지. 보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 권우정 감독의 카메라는 오늘도 여전히 바쁘기만 하다.
필모그래피 2009 <땅의 여자> | 2007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공동연출 | 2006 <우리가 홍콩에 간 이유- WTO 투쟁보고서> | 2004 <농가일기> | 2003 <개방농정의 시대,2001 농촌보고서> | 2001 <농가부채특별법 그 후, 우리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