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는 6일간의 탈영 일지다. 각자의 이유로 군대을 벗어나야만 하는 이들이 군대라는 현실(혹은 군대라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이 나라와 이 사회의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현 상황과 시스템에 대한 도전적인 소재를 취하고 있지만 로드무비와 멜로드라마를 적절히 섞어 관객들을 잘 따라오게 한다. 안타까운 점은 영사의 문제로 인해 밤 장면이나 어두운 실내 장면이 거의 암흑으로 보였다는 것. 흐릿한 불빛에 대사만 나와 여간 답답한 게 아니었다.
● 한마디
<탈주>는 군대라는 소재를 통해 경계 안의 인물과 경계 밖의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경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안과 밖은 수시로 바뀔 수가 있지만 영화는 그런 정치적, 사회적인 특성을 도드라지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멜로드라마의 옷을 입히고 인간 자체에 대한 관찰을 옵션으로 장착했다. 시대가 달라졌다지만 여전히 이 나라와 이 사회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틀을 만들어 구성원들을 시스템에 강제 적응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그 시스템 안에서 도망가는 것이 능사란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밖에서 시스템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시스템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무비스트 김도형 기자)
2010년 8월 25일 수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