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갈 수 없는 학교, 문제를 풀지 못하면 죽게 되는 공포의 시험, 그리고 시험을 빌어 행하려는 복수. 2008년 개봉한 <고死 : 피의 중간고사>는 호러장르에 딱 맞는 공식을 통해 18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작품이다. 전편의 흥행을 업고 올 여름 개봉하는 <고死 두 번째 이야기 : 교생실습>(이하 ‘<고사 2>’)도 전편의 호러공식을 그대로 차용한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편보다 살인장면의 강도가 더 세지고,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것이다. 연출을 맡은 유선동 감독은 전편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이 두가지 요소를 극대화시켰다.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살인장면은 그다지 새롭지는 않지만 더 강해지고 잔인해졌다. 특히 오토바이 살인장면과 지하실 살인장면은 말 그대로 피의 향연이다. 감독이 눈에 보이는 공포를 극대화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탓이다. 허나 단순히 피칠갑된 시체와 비명소리만으로 공포는 완성되지 않는다. 비주얼적인 충격도 중요하지만, 긴장감이 이어지지 않아 공포감은 맥이 끊긴다.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려는 감독의 모습은, 호러영화지만 공포만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드라마에 치중하면서부터 공포감이 자취를 감춘다. 태연의 죽음과 세희의 침묵. 하나 둘씩 죽어가는 아이들이 살해된 이유, 차선생과 은수의 정체 등 감독은 플래시백 구성으로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를 보여주기에 급급한다. 더불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서둘러 마무리 짓는 느낌마저 든다. 게다가 공포감을 더하기 위해 삽입한 변태 학생의 죽음과 극적인 탈출을 보여주기 위한 윤시윤의 라이터 장면은 극의 재미을 주기보다는 생뚱맞기까지 하다. 결과적으로 전편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한 감독의 시도는 호러장르의 재미마저 앗아간다.
그나마 <고사 2>의 유일한 재미는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이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황정음과 윤시윤, 걸 그룹 티아라의 멤버인 박지연까지. 연기는 둘째치고 그들이 영화에 출연하다는 것 자체로 관심을 끈다. 이 밖에도 박은빈(드라마 <천추태후>), 윤승아(드라마 <히어로>), 지창욱(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최아진(드라마 <보석비빔밥>) 등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신인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부분이다.
2010년 7월 23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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