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막장까지 내몰리는 밑바닥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유소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윤성(김흥수)은 사는 게 죽을 맛이다. 감옥에 간 아버지에, 자신을 무시하는 동생. 그는 이 지긋지긋한 나라에서 떠나고 싶다. 한편 그에게는 성인 에로물 감독에게 빌붙어 있는 종길(오태경)과 여자 등쳐먹는 재미로 사는 영조(서장원)가 있다. 캐나다 이민자금을 도박판에서 잃은 윤성은 종길, 영조와 함께 강도로 분해 도박판을 급습하고, 급기야 은행까지 턴다. 이 와중에 스타를 꿈꾸는 윤성의 동생 해경(조안)이 에로물 감독과 엮이면서 이들의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나쁜놈이 더 잘잔다>는 화로에 오래 달궈진 영화 같다. 감정이 쉽게 내려가는 법이 없다. 영화 내내 거친 욕설이 흐르고 피와 폭력이 난무한다. 스크린에서 피 냄새가 진동한다고 착각이 일 정도다. 청춘에 대한 접근법도 굉장히 우울하다. 이 영화 속의 청춘들은 속거나 속이거나 돈에 환장하거나 몸을 팔 뿐이다. 희망이 들어 설 자리에 암울함만이 부유한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영화가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불편해지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불편함이 이 영화의 예술성을 훼손하는 요인은 아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그 불편함이 불편함에서 정지한다는 것에 있다. 즉 무자비한 폭력을 관객에게 납득시키는 힘이 이 영화에는 부족하다. 이는 이 영화 스스로가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는 <똥파리>와 비교하면 잘 드러난다. <똥파리>에는 <나쁜놈이 더 잘잔다>보다 더 저속한 욕설들이 넘쳐난다. 폭력수위도 강하다. 불편함의 요소들이 군데군데에서 포착된다. 하지만 <똥파리>의 불편함은 어느 순간 스산한 울림으로 대체된다. 슬픔이 마음을 파고든다. 인물 개인의 사연과 인물간의 교감이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쁜놈이 더 잘잔다>에는 인물들 사이에 분노와 적개심만이 있을 뿐, 교감이 없다. 부정적인 현실만 있을 뿐 내일에 대한 대안도 간과됐다. 감정이 배제된 폭력은 불편한 수밖에 없다.
주연을 맡은 김흥수, 오태경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쉽다. 기존의 ‘착한남자’ 이미지를 별 무리 없이 탈피해서 나쁘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많이 나아가서 아쉽다. 리얼함과 감정의 과잉은 분명 구분 돼야 하니 말이다.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와 서울영상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2009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먼저 소개 된 바 있다.
2010년 6월 21일 월요일 | 글_ 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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