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나온 1편은 캐리와 미스터 빅의 결혼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2년. 공주와 왕자는 결혼 후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는 역시 동화가 만들어 놓은 환상에 불과하다. 천하의 로맨티스트 빅도 결혼과 동시에 아저씨가 됐다. 집에서 뒹구는 걸 좋아하는 빅을 보는 캐리의 마음에 무료함이 찾아든다. 친구들 사정도 좋지는 않다. 샬롯(크리스틴 데이비스)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아이들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이고, 미란다(신시아 닉슨)는 자신을 무시하는 마초 보스 때문에 괴롭다. 맏언니 사만다(킴 캐트럴)는 갱년기가 두려워 몸에 좋다는 알약을 매일 수 없이 삼킨다. 그런 그녀들에게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로 떠날 기회가 생긴다.
<섹스 앤 더 시티 2>는 관객이 이 시리즈를 ‘즐거워했던 이유’와 ‘기억하는 이유’, 그 차이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준다. <섹스 앤 더 시티> 시리즈의 즐거움은 화려한 패션과 싱글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 테이블에 빙 둘러앉은 농익은 4인방의 적나라한 섹스토크에 있었다. 여기에서 관객은 대리만족을 얻었고, 쾌감을 느꼈고, 웃음을 찾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면, 이 시리즈는 12년이라는 세월을 견디지 못했을 거다. 된장녀들의 필수 지침서라는 비난에도 찍 소리 못했을 거다. 다행히 <섹스 앤 더 시티> 시리즈는 여성들로 하여금 “나도 그랬지”라고 고개 끄덕이게 하는 순간들을 포착했다. 그것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리고 환호를 낳았다. 즐거운 작품은 그렇게 기억에도 남을 작품으로 거듭났다.
그런 점에서 즐거운 이유와 기억되는 이유의 비중이 역전 된 <섹스 앤 더 시티 2>는 실망스럽다. 새로워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는지 <섹스 앤 더 시티 2>는 아부다비로 향한다. 이것이 이번 시리즈의 가장 큰 패착이다. 우리가 원하는 시티는 네 여자의 삶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뉴욕’이지, 신흥 관광장소 ‘아부다비’가 아니다. 드라마 풀어내기도 벅찬 시간을 관광지 소개에 할애하다보니, 드라마의 밀착도가 떨어진다.
그녀들 대신, 그녀들이 놓인 아내와 엄마라는 위치가 사건의 중심에 들어 선 것도 잘못 놓은 수다. 캐리와 세 친구의 고민이 1차원적이고 보편적인 수준에 그친 것도, 우정이 심심하게 그려진 것도, 수다떨며 먹는 브런치에 열기가 빠진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크리스천 디오르’, ‘에르메스’, ‘캘빈 클라인’, ‘랄프 로렌’, ‘샤넬’, ‘아르마니’ 등 세계 최고의 브랜드들이 영화 구석구석을 채우고는 있지만, 그녀들의 옅어진 존재감을 메우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감독은 타겟층으로 그녀들과 함께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원작 팬들을 설정한 것일까? 그렇다면 이점을 간과했다. 40대가 됐을 원작 팬들은 샬롯처럼 애 보느라 극장 갈 시간이 없다. 캐리처럼 영화보다 남편과의 대화가 더 절실할 때다. 사만다처럼 건강 챙기기에 바쁠 수 있고, 미란다처럼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데 정신이 없을 수도 있다. 여전히 <섹스 앤 더 시티>를 즐겨 보는 관객은 20-30대 층이란 말이다. 그런 싱글들을 위해 약간의 환상은 남겨 줬으면 좋았을 것을. 영화는 자신들이 12년간 쌓아 놓은 환상을 스스로 깨 부수며 떠난다. “쿨 하지 못해 미안해”라는 뉘양스를 풍기며.
2010년 6월 9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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