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고 가장 먼저 나온 얘기는 차승원의 송곳니였다. 악역 캐릭터에 걸맞게 유난히 강조돼 보이는 송곳니는 마치 드라큘라를 연상케 했다. 특히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송곳니만 보일 정도. 영화 내적으로는 기본 구조에 대한 아쉬움도 들렸다. 한 기자는 “다른 방향을 향했지만 같은 꿈을 지닌 두 남자의 대결이 처음에는 흥미로웠지만, 일순간 차승원을 단순한 악인으로 만들면서 시들해졌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어떤 사건(스포일러라 밝히긴 어렵지만) 이후 후반부가 지루해진다는 의견도 나왔는데, 관계자는 “처음에는 더 길었다. 그나마 수정해서 지금의 길이가 된 것.”이라며 나름의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슬로모션으로 벌이는 칼싸움 장면이 나름 멋있고, 황정민의 맹인무사 연기가 감칠맛이 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이준익 감독의 사극에 대한 기대감으로 김창완을 비롯해 송영창, 정규수, 신정근, 류승룡, 김보연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짧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출연한 것도 인상적이다.
● 보자마자 한마디
혼란의 시대를 바로 잡으려는 두 남자의 이야기가 일순간 선인과 악인의 대결로 일단락된다. 전체적인 그림은 나쁘지 않지만 인물들의 밀도 있는 관계가 디테일하게 그려지지 않아 인물들이 다 따로 논다. 특히 한지혜는… 뭐지? 역시 이준익 감독은 여자 캐릭터를 그리는 데에는 능숙하지 못하다.
(무비스트 김도형 기자)
황정민의 맹인 연기가 영화를 살렸다. 인물들의 대사 속에 이준익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잘 드러나지 않아서 아쉽긴 하다. 원작에 비해 대립 관계가 명확해서 시선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사회를 향한 남자들의 꿈이, 결국 개인의 야욕과 복수로 점철되고 만다. 그리고 한지혜는 안습이다.
(노컷뉴스 황성운 기자)
유연한 위트 속에서도 날카로운 풍자가 현실까지 베어낸다. 하지만 꿈꾸는 자의 파괴를 지켜보는 건 괴롭다. 다만 고민하게 만든다. 꿈은 어디를 겨눠야 하는가. 허망한 결말 앞에서도 첨예한 감상이 남는 건 그 고민 덕분이다.
(beyond 민용준 기자)
이번에도 이준익 감독은 사극으로 지금의 한국사회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너무 빤한 알레고리로 인해 정치적, 사회적 은유는 밋밋한 감이 없지 않다. 그나마 황정민의 익살스러운 맹인 검객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전작들처럼 입체적이지 못한 여성 캐릭터 묘사는 여전히 아쉽다.
(조이씨네 장병호 기자)
먹구름은 아니다. 기본은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흥행에서 성공하려면, 구름에서 벗어나 조금 더 리드미컬한 흐름을 타야 할 텐데, 영화는 그 맥을 명쾌하게 짚지 못한다. 캐릭터와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백성현의 카리스마 부족이 살짝 아쉽고, 한지혜의 캐릭터는 대놓고 심심하다. 차려 준 밥상에 숟가락 뿐 아니라 젓가락질도 열심히 해 준, 황정민이 있어 정말이지 다행이다.(사족 하나. 이 영화를 국회에 추천. 동인과 서인들의 말장난에 국회 어르신들께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진심으로 궁금)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2010년 4월 19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