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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시상식과 캐서린 비글로우
2010년 3월 12일 금요일 | 백건영 영화평론가 이메일


아카데미시상식이 막을 내렸다. 알려졌다시피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가 주요 세 개 부문(작품, 감독, 각본)을 독식했다. 각 부문 후보작이 발표되었을 때만 해도 호사가들은 전 남편 제임스 카메론과의 대결구도에 비중을 두었다. <허트 로커>와 <아바타> 모두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기 때문이다. 전 부인의 승리로 끝난 시상식에서, 이라크 전쟁을 소재로 폭발물 전담팀 병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에 보수적인 아카데미회원들이 손을 들어줬다는 건 예상 밖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두 영화를 기능하는 중심세계가 ‘인간’에 맞춰졌고, 다만 그중 하나는 최첨단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나, 역시 최첨단기술이 총망라된 이라크 전쟁에 놓인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허트 로커>가 <아바타>보다 우위를 점했다는 점은 자못 시사적이다.

캐서린 비글로우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폭풍 속으로, Point Break>이고, 일련의 영화에서 선 굵은 남자들의 이야기를 큰 스케일로 펼쳐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녀를 세상에 알린 <블루 스틸>의 여주인공 제이미 리 커티스가 풍기는 차갑고 중성적인 매력은 물론이고, <스트레인지 데이즈>에서 보여주는 세기말적 풍경의 음울한 정조는, <웨이트 오브 워터>와 <K-19 위도우메이커>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현재 맹활약 중인 여성감독들, 예컨대 제인 캠피온, 도리스 되리, 아그네츠카 홀란드, 카트린 브레야, 미란다 줄라이, 가와세 나오미 등과 비교할 때, 비글로우는 누구보다 할리우드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으면서도ㅡ그러나 그녀의 영화는 상업적 흥행과 거리가 멀었다ㅡ변함없이 팍스아메리카나에의 맹신을 비판해온 인물이다. 따라서 비글로우(의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흔들림 없는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힘은, 남성성 가득한 내러티브와 스펙터클한 영상의 접목에 국한되지 않는다. 즉 세상을 바라보는 뛰어난 통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비글로우의 오스카 석권을 바라보는 국내언론의 시각이, 지적이고 매력적이며 182센티미터의 외모를 지닌 여성에 맞춰져있다는 점은 아쉽다.

아카데미는 캐서린 비글로우의 귀환을 작품상으로 축하했지만, 국내로 돌아오면 <아바타>가 불러온 3D열풍이 여성영화인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거라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3D영화의 속성상 요구되는 스케일 확장은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그나마 소규모 저예산 영화에서 숨통을 틔던 여성감독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캐서린 비글로우의 영광이 이 땅의 여성감독에겐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 그녀의 영화를 누구보다 좋아하면서도 맘껏 축하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래도 <허트 로커>를 하루 빨리 만나고 싶다.


추신
1. 우리가 만난 비글로우의 마지막 작품 <K-19 위도우메이커>는 시네월드가 수입 개봉했다 참패해 이준익 감독에게 막대한 부채를 안겨준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왕의 남자>로 다 청산했지만.

2. 2009년 말 보도에는 올해 아카데미 평생공로상 수상자로 ‘B무비의 제왕’ 로저 코먼이 결정되었다고 했는데, 올해 사망한 <나 홀로 집에>의 존 휴즈에게 돌아갔다. 로저 코먼은 이래저래 B급에 머물러야 한다는 말인가.


글_백건영 영화평론가(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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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yok11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   
2010-03-12 17:59
freetime0602
잘봤어요   
2010-03-12 16:56
bjmaximus
폭풍속으로 정말 매력적인 영화,키아누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   
2010-03-12 16:00
ldh6633
잘봤습니다~   
2010-03-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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