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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눈에 최대한 가깝게, 자연스럽게 녹아든 3D 비주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2010년 3월 10일 수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아바타>가 만들어놓은 3D 광풍은 혼자만의 영광이 아니다. 이후의 영화들은 새로운 매체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봉착했고, 극장들 역시 3D 상영관을 만들어야 했으며, 관객들은 3D 입체영화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학계는 새로운 기술을 내놓기 위해 애쓰며, 제작사들은 가장 효과적인 비주얼을 자신들의 영화에 이입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이 새로운 분위기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고, 다른 감독들 역시 3D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3D 입체영화가 미래 영화를 지배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리 멀리까지 보지 않아도 이미 방향은 잡혔다. 최소한 무조건 2D로만 작업하겠다고 고집을 부릴 이유는 없어졌으니까.

이러한 분위기는 팀 버튼에게도 이어졌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팀 버튼보다 디즈니의 생각이 더 크게 반영된 결과겠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3D 입체영화로 상영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물론 제작부터 3D로 만들어진 <아바타>와는 차이가 있지만, 완성된 후에 3D로 전환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역시 3D 입체영화 시장을 무시할 수는 없기에 나온 결과다. 하지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과연 팀 버튼의 음울한 정서와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이 3D 입체영상과 잘 맞을 것인가 하는 것. 애초에 3D로 촬영하지 않았기에 의도적으로 3D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악몽 3D>를 통해 3D 영상에 대한 새로운 영향력을 경험한 팀 버튼으로서는 3D라는 형식 자체를 간과하지는 않았으리라.

팀 버튼의 이미지가 3D를 만났을 때

팀 버튼 감독은 비주얼에 관해서라면 ‘팀 버튼스럽다’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확고한 스타일이 있다. 미장센이나 프로덕션 디자인, 의상, 분장, 소품, 특수효과 등 모든 시각적인 요소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이어왔다. 하지만 팀 버튼이 주로 집중했던 부분은 색감이나 디자인 등의 2차원적인 부분이 많았다. 굳이 공간감이나 원근감이 필요한 입체영상에 의존해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역시 3D 입체영상을 의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3D 입체영화라고 해서 화면 밖으로 무엇인가가 튀어나오는 식의 특정한 장면을 기대한다면 적잖게 실망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입체감을 배제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영화 속에서도 3D 입체효과를 높이는 장면들이 적절히 배치돼 있다. 영화의 앞부분, 앨리스가 토끼 굴을 통해 ‘언더랜드’로 떨어지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지상에서 지하 세계로 떨어지는 장면은 여러 소품들이 공중에 떠 있어서 공간감을 주고 그 안을 비행하듯 하강하는 앨리스의 모습을 통해서는 실제적인 긴박감도 선사한다. 또한 사냥개 베이야드와 벌이는 추격전이나 후반부에 벌어지는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의 대결 등은 입체 효과가 잘 살아 있는 장면이다. 두드러지게 스크린 안과 밖을 넘나들지는 않지만, ‘언더랜드’가 주는 특유의 공간감과 깊이감, 움직임을 통한 크고 작은 입체감은 3D 입체영화다운 맛이 있다.

3D 입체영화라는 이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러한 장면들 외에도 크기와 부피에 관한 입체감도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붉은 여왕의 커다란 머리는 클로즈업과 같은 근접 화면을 통해 부피감을 만들어내고, 키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앨리스의 경우도 공간과 사물간의 이질감을 통해 실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화려한 색감의 미친 모자 장수, 담배 연기만 뿜어대는 압솔렘, 순간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체셔 고양이 등 여러 캐릭터들이 공간감이나 입체감의 요소를 지니고 있어 화려한 색감이나 암울한 배경과 함께 특별한 세계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3D 입체영상이라는 요소를 끌어들이며 비주얼적인 요소가 줄었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3D를 배제하고 오롯이 2D에만 집중해 이미지를 만들었다면 팀 버튼의 색깔이 더욱 살았을 것이라는 얘기. 더욱이 입체안경을 쓰고 영화를 봐야 하는 탓에 화려한 색감이나 암울한 배경의 디테일이 덜 느껴진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3D 입체효과가 진짜 방해 요소였을까? 팀 버튼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탄생한 ‘언더랜드’의 특징적인 장점들을 눈으로만 보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하지만 입체영상은 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한다. 마치 실제 ‘언더랜드’에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관객을 그만의 독특한 이미지의 향연 속으로 몰아 넣는다.

2D로 작업하고, 3D로 개봉하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3D 입체영화 바람을 다시 일으키는 적극적인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영화가 3D 입체영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예다. 지금까지 3D 입체영화라고 하면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나 <블러디 발렌타인> <크리스마스 캐롤>처럼 입체효과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라는 인식이 강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을 향해서 공이라도 던져줘야 “입체영화다운 재미가 있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3D 입체영화를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이러한 특정한 장면들을 영화 중에 의도적으로 끼워 넣느라 고심이 많았다.

하지만 <아바타>를 통해서 이러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3D 입체영상이란 스크린 밖으로 물체가 튀어나오면서 관객을 놀라게 하거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현란한 장면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스크린을 통해 이미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공간으로 직접 들어가고, 주변 사물의 움직임을 직접 체험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미지의 구성을 체험하는 것이, 실제로 우리 눈으로 직접 사물을 바라보는 행위에 가장 근접하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모든 영화가 3D 입체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급한 판단은 유보하더라도, 2D만으로는 관객과 소통하기에 힘들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타이탄>의 경우도, 2D와 3D로 동시 개봉하기 위해 개봉일을 늦춰가면서까지 3D 변환 작업을 하고 있다. 아직도 입체 안경을 쓰고 영화를 보는 것이 번거롭고, 입체영상이 눈에 익지 않아 불편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는 시대적 변화에 대한 적응기일 뿐이다. 게다가 굳이 3D로 촬영하지 않더라도 2D로 촬영한 후 3D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한 편의 영화를 2D와 3D로 모두 즐길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에만 주안점을 둬서는 안 된다. 결과적으로 3D 입체영화로 개봉할 영화라면 영화 속에서도 적절하게 그 특징을 드러낼 장면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도 미리 생각을 해야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3D 입체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지는 않았다. 팀 버튼의 음울하고 음산하지만 유쾌하고 신기한 이미지가 가득하지만, 3D 입체효과를 극대화하는 테크니컬한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제는 제작 단계에서 2D와 3D를 반드시 구분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2D로 제작해도 3D 개봉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3D 입체영화 컨텐츠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3D의 특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2D로 찍어서 무조건 3D로 변환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최종 개봉 형태를 고려해 처음부터 3D에 맞는 이야기 전개와 장면 구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경우는 애초에 3D 입체효과에 휘둘리지 않기를 원했다. 특징적인 효과보다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실제와 같은 영상을 원했다. 또한 보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언더랜드’로 내려가 앨리스와 함께 경험하도록 했다. 그래서 공간 구성에 공을 들였고, 그 안에 있는 캐릭터의 모습에도 신경을 썼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3D 입체영상은 단순히 눈으로 보고 지나쳤던 비주얼을 직접 경험하는 형태로 바꿨다. 화면을 뚫고 나오는 특이한 장면에 놀라는 수준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실제 눈으로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비주얼을 만들어냈다.

2010년 3월 10일 수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사진제공_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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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2000
잘봤어요   
2010-03-11 00:15
fa1422
잘봤어요   
2010-03-11 00:09
freetime0602
3D로 보고 싶네요   
2010-03-10 23:45
loop1434
역시   
2010-03-10 19:18
kisemo
잘봤습니다~   
2010-03-10 15:20
kwyok11
2D로 작업하고, 3D로 개봉하고   
2010-03-10 12:26
ldh6633
잘봤습니다~   
2010-03-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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