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동물학자이자 작가인 어네스트 톰슨 시튼은 “인간과 관계를 맺은 야생동물의 삶은 언제나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자연이 그들의 몫으로 나누어준 것을 인간에게 도둑맞아왔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개라는 동물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동정 받아 마땅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 야생의 늑대를 선조로 둔 그들은 지나치게 인간화되고, 인간을 주인으로 모시며 의지하고, 인간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동물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개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늘 친숙할 수밖에 없다. 나쁘게 말하자면 진부하다. 일종의 클리셰다. 그렇지만 그것을 꼭 부정적으로만 들여다볼 것은 아니다. 어떤 보편주의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치이야기>는 리메이크작이라고 해서 굳이 원작을 들추어내고 비교할 필요는 없는 영화다. 이야기 자체가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진돗개가 주인을 찾아 먼 길을 찾아왔다는 비슷한 실화는 우리나라에도 있고 미국에도 있다. 이미 다 알려지다시피 <하치이야기>는 1920∼30년대 일본 도쿄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원작은 1987년 일본에서 만들어져 2002년 국내 개봉한 동명의 영화다. 원작이 시부야 역 앞의 옛 모습을 재현한 반면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은 1990년대 미국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했다.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10년이나 한 자리에서 기다렸다는 실화에는 누구라도 놀라고 감동을 받는다. 특히 언제나 충직하게 자기 곁을 지켜주고, 말 한마디 없이 진심이 전달되는 개들에게 위안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눈시울이 뜨거워질 것이다.
굳이 비교한다면 일본판에 비해 하치의 성견 시절 비중이 더 커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래서 제작진은 고민 끝이 하치의 성장과정을 연기할 세 마리의 다른 아키타 견을 섭외했다는 후문이다.) 개와 인간의 시선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진행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개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흑백 프레임은 하치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그의 눈에 비친 것들은 나중에 일어날 일들의 복선이 되기도 한다. 감독은 이런 점들을 첨가해서 지루할 정도로 굴곡이 없는 원작보다는 관객의 몰입도가 좀 더 높아지도록 만들었다. <개 같은 내 인생>, <길버트 그레이프> 등을 통해 무거운 이야기를 담담하고 섬세하게 그려내는데 능력을 보였던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다.
정리하자면, 좋은 이야기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은 웰메이드 영화다. 물론 혹자는 진부하다며 클리셰의 혐의를 씌우려 하겠지만, 긍정과 부정은 늘 함께 오는 법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개라는 동물을 반려동물로 삼아본 적이 있는 사람, 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가슴속에 가득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만큼의 감동을 얻기에 충분하다. 사람의 상식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보편성의 미덕이다.
2010년 2월 16일 화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